서울시교육청이 제작한 촌지 수수 동영상이 교사와 학부모를 희화화하고 비하했다는 논란 끝에 새로운 동영상으로 교체됐다. 교체 전 동영상은 ‘청렴 서울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교사가 촌지를 수수하는 장면을 작위적으로 연출하고 있어 교직사회의 반발을 샀다.
교사를 으레껏 촌지 받는 존재로 묘사한 조악한 표현방식은 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을 지지하는 세력이 주장하듯이 ‘청렴한 서울교육’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위한 과장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조 교육감의 말대로 ‘충격요법’도 때로는 필요할 수 있겠다.
그것만이 문제라면 비록 최선의 방법은 아닌데다 현실을 왜곡했을지언정 좋은 일을 위한 열심이었다고 이해해줄 수 있을 일이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일 뿐 뭔가 대단히 나쁜 일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청렴 서울교육’ 동영상의 내용과 제작과정이 청렴하지 못한 서울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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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촌지 동영상으로 교사·학부모 비난 논란에 휩싸여 교체키로 한 가운데 공무원 정년을 넘긴 사람을 감시관으로 채용 보은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동영상에서는 시교육청이 ‘청렴 서울교육’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청렴시민 감사관 외부 부패 통제, 청렴 무결점 운동을 들고 있다. 그런데 바로 ‘청렴’을 위해 시행한다는 이 청렴시민 감사관 제도가 시교육청의 ‘청렴’ 수준을 말하고 있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조 교육감의 보은 인사 논란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상근 청렴시민감사관’에 선거 관련 단체 간부를 앉힌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 교육감이 지난달 2일 오성숙 참교육학부모회 고문은 ‘시민감사관 운영에 관한 규칙’의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임용됐다. 공무원 정년퇴직 연령을 초과한 오 감사관의 채용을 위해 지방공무원법의 정년 규정은 채용요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오 감사관은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회장 등을 지니면서 세 차례의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와 지지에 참여했다. 선거를 지원한 인사를 약 4350만 원을 받는 자리에 규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채용한 것이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오 감사관에게 후불로 4000만원이 넘는 촌지를 준 셈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표를 모으고 4000만 원이 넘는 촌지를 받은 사람은 촌지 수수를 감시해야 할 감사관의 자리에 앉혔다면 그동안 10만원만 받아도 파면·해임시킨다고 요란스럽게 홍보한 청렴정책을 그 누구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10만 원을 받은 교사는 있던 자리에서도 해임되지만 4000만 원을 받은 단체 간부는 없던 감사관 자리도 생긴다니 해먹어도 크게 해먹을 일이라고 다들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거나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혁신미래교육추진단에 선거운동을 한 교사를 앉히는가 하면, 은밀히 특채를 하기도 하고, 선거 캠프 법률 자문을 해 준 자신의 중학교 후배를 감사관으로 내정하고, 단일화 기구 대변인에게 행사 사회를 맡기다 결국 자리를 만들어 역시 6급 공무원에 앉혔다.
이 동영상이 청렴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동영상은 2000만 원에 비교견적 없이 1인 수의계약을 맺어 제작됐다. 물론 2000만 원을 넘지 않았으니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동영상 제작은 일반 물품 구매처럼 단가를 싸게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런 이유로 홍보 동영상의 품질을 위해 전문성이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면 납득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상한선까지 꽉 채워 1인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기관 홍보 동영상 제작 전문업체가 아닌 모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일을 맡겼다. 결과물을 보더라도 굳이 법에서 정한 상한선까지 채워서 1인 단독 수의계약을 맺을 만한 정당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결국 그 내용도 홍보동영상으로 적절하지 않아 결국 논란이 돼 새로운 동영상을 제작하게 되지 않았는가.
조 교육감이 정말로 청렴한 서울교육을 원한다면 교원들에게 청렴을 요구하기 이전에 본인부터 스스로 보은인사와 행정을 그치고 청렴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어떨까.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