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논란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여론 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과반 이상의 국민들이 청와대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이 그동안 주장해 온 집무실 이전의 취지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이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찬성보다 반대가 높게 나오면서 윤 당선인의 이같은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부정적 여론에도 집무실 이전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계획에 대해 58.1%가 '현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여론은 33.1%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청와대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에서는 각각 62.1%, 57.0%가 반대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의 찬성 응답은 각각 30.2%, 35.0%로 나왔다.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은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였는데 찬성 43.8%, 반대 43.8%로 동률을 보였다. 반면 광주·전라에서는 찬성 응답이 8.0%로 한 자릿수에 그쳤고 반대는 83.7%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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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이전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인수위 제공 |
또, 23일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찬성한다’는 응답은 44.6%(매우 찬성 30.4%, 찬성하는 편 14.3%), ‘반대한다’는 응답은 53.7%(매우 반대 43.2%, 반대하는 편 10.6%)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9.1%포인트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6%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지역별로는 광주·전라(반대 85.2% vs 찬성 12.4%)가 가장 반대 의견이 높았고, 대전·세종·충청(59.4% vs 38.3%)과 부산·울산·경남(58.5% vs 38.5%), 인천·경기(53.7% vs 45.7%)에서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한다는 의견의 과반을 넘겼다. 반면, 대구·경북(반대 39.4% vs 찬성 60.6%)과 서울(39.0% vs 58.4%)은 찬성 의견이 높았다.
조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50%가 넘는 국민들이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청와대도 '안보 문제'를 이유로 윤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여야는 연일 집무실 이전을 두고 거센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은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계획 대로 "5월 10일 0시 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며 용산 집무실 이전 의지를 확고히 한 상태다. 집무실 이전의 명분을 '국민 소통'으로 내세운 윤 당선인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무실 이전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2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당선인 입장에서는 청와대 이전을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이유는 윤 당선인이 지금 청와대에 밀려 집무실 이전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임기 내내 민주당에 계속 밀릴 거다. 소수파 정권에 리더십까지 타격을 입으면 그건 구제불능이다. 생사가 걸린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지금은 5월 10일 청와대를 개방하게 되면 언론이 계속 보도하게 될 거고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 여론이 확 바뀔 것"이라며 "청와대를 국민의 앞으로 돌려줬다고 하게 되면 3주 후 치러질 지방 선거에도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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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이전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인수위 제공 |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가 국민의 품에 돌아왔다는 건 빅이벤트 중에 빅이벤트다. 국민 반대가 나온다고 해서 윤 당선인이 물러설 상황이 아니다. 반대가 높다 하더라도 공약으로 내세웠고 공약을 지킨다는 논리대로 한다면 여론조사는 큰 힘을 갖지 못하게 된다"며 "항상 변화를 할때에는 변화에 찬성하는 것보다는 반대하는 여론이 높게 나온다. 그러니까 해당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줄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2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기자가 '집무실 이전의 합리적 이유가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것인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급박하고 조급하게 옮기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합당한 설명을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단순히 '국민과의 소통'이나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킬게요'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마땅한 설득이 안된다.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약속이 중요하니까 지키겠다고 하면 앞으로 모든 약속을 다 지킬건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정부종합청사에 들어가겠다고 한 약속은 이미 깨버렸지 않았나. 합당한 설명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권 초기부터 저런 리더십을 보이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많은 국민들이 생각했던 리더십이 아니지 않나. 본인도국민통합을 위해 소통하겠다고 해놓고 또,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청와대 이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본인의 뜻과 의지와 고집대로만 처리하려고 한다"며 "다른 여러 부작용이 나오는데도 의지대로만 처리 하겠다고 한다는 건 올바른 리더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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