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 8년간 국내 통화정책을 진두지휘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놓은 마지막 메시지는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임을 여러 차례 시사한 이 총재는 최근 국내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추가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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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이 총재는 이날 비대면으로 개최된 '출입기자단과의 송별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의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다"면서도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이 경제 주체들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함은 과거 정책운용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관련해선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할 경우 중앙은행의 기본책무인 물가안정이나 금융안정을 지키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양극화, 불평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고 우리의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위상도 높아진 만큼 그에 상응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로서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직 수임도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와 한국은행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선진 중앙은행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을 떠나는 소회에 대해 "43년간 국가 경제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고 밝히며 "그동안 주재한 금통위 회의를 세어보니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만 총 76회였는데, 이중 고심 없이 쉽게 이뤄진 결정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정확한 경제 상황과 진단과 전망에 기초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그간의 고충도 털어놨다.
이 총재는 "떠나는 자리에서 그저 덕담만 나누기에는 우리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며, 이를 뒤로 한 채 떠나게 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면서 "후임 총재와 임직원들이 이런 어려운 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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