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도 유보하면서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달 전기요금부터 반영될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원으로 확정했다.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올려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나, 정부가 유보 의견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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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 나주 본사/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높은 물가상승률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기준연료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분(6.9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연료비연동제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고 한전의 부담도 가중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료비연동제는 발전원가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2020년 12월 도입됐으나, 소비자 보호장치 등의 걸림돌에 막혀 '유명무실'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실적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를 차감한 변동연료비 값에 변환계수를 곱한 것으로, 변환계수는 전력 1kWh 생산에 필요한 연료투입량을 토대로 계산된다.
한전은 유연탄·천연가스·벙커C유 등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2분기 실적연료비가 kg당 584.78원이며, 기준연료비(2020년 12월~2021년 11월 평균)가 338.87원이었기 때문에 변동연료비가 245.91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변환계수 0.1376을 곱하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33.8원이 된다.
한전이 정부에 제출했던 3원도 실제로는 전력 1kWh를 생산할 때마다 30원 가까운 손해를 감수한다는 뜻이지만,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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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2월 발전원별 정산단가(단위 : kWh 당 원)/자료=전력통계정보시스템 |
업계는 한전이 올 1분기 5조원 상당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기준 한전이 한국수력원자력·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자회사로부터 구입한 전력량은 5만1330GWh이었으나, 1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가 0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도 5조8601억원으로 나타나는 등 전년 대비 15조원 이상 하락했다. 전력판매량 증가 등으로 매출이 2조55억원 늘어났으나,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 등으로 영업비용이 11조9519억원 많아진 것이다. 연료비 조정요금 적용으로 판매단가가 하락, 전기판매수익이 1조4792억원 상승에 그친 것도 언급됐다.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 확충으로 감가상각비도 불었다.
발전원별 정산단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달 정산단가는 kWh당 160.6원으로, 전월 대비 23.2원 인상됐다.
이 중 원자력과 유연탄은 각각 67.9·155.0원으로 나타났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250원에 육박한 상황으로, 태양광과 풍력도 2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력·연료전지·바이오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이행비용 정산금과 배출권 거래비용 정산금을 합하면 정산단가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에 들어가면서 국제유가가 소폭 내렸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OPEC+의 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료비 부담이 다시금 가중될 것"이라며 "한전이 고강도 자구노력을 단행하고 있으나, 이번 조치로 당초 예상을 넘어 올해 적자가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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