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희망케어·싱가포르 메디세이브 모델 주목해야
복지예산은 나날이 증가 추세에 있다. 복지예산은 지난 6년 만에 배로 늘어날 정도로 예산 항목 중에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2009년 74조원이던 복지예산이 2015년에는 115조원으로 늘어났다. 매년 7.4%씩 증가하여 전체 예산의 31%를 차지한다. 복지는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 항목이다.
다른 예산 항목에도 통용되는 말이지만, 복지에 있어서 늘어난 만큼 복지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고 지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복지예산으로 분류되는 것 중 본래 의미의 복지가 아닌 것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공적연금만 해도 복지부의 공적연금 예산에는 국민연금만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 몇 달 간 뜨거운 감자였던 공무원연금은 행정자치부 소관이다.

예산은 가계부다. 적자와 흑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적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예산 관리 운용에 있어서 재정건전성(지속가능성)은 절대기준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 재정건전성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는 복지예산 항목들이 많다. 경남에서의 무상급식 논란이나 공무원연금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 공무원단체의 줄다리기 또한 본질은 하나다.

지금은 복지예산 내용을 점검하고, 분류나 지출순위에서 문제가 있으면 시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현행 복지예산 분류와 편성, 지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마련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복지예산편성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표자 및 토론 패널들은 복지예산편성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석한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의 토론문 전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은 민간주도 복지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개인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참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싱가포르 독일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회보장 자기부담원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수가 복지서비스를 통한 서비스 자원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편집자주]

조세복지와 사회보장에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발제자께서는 세금으로 편성되는 조세복지와 일반 사회보장으로 이뤄지는 복지를 구분해서 복지예산 수립과 집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토론자는 여기에 적극 공감을 표한다. 특히 조세 재원은 선별복지에 사용하되 기초소득자나 차상위 계층이 부담해야 할 공공부담분을 일부 지원하는 정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과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나 의료비 지출과 같은 복지 예산은 조세 재원으로 지출하고 국민 대부분이 속한 중산층의 안정적 생활과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사회보험으로 미리미리 준비하여 공동의 대비를 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은 우리가 복지의 문제를 이제까지 정확한 개념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잘 지적해 주셨다고 본다.

토론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남양주시의 민관협력복지 모델의 성공적 케이스와 싱가포르의 메디세이브라는 의료저축 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보론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민간주도 복지 활성화를 모색하자

인구 60만 남양주시에는 ‘희망케어’라는 이름의 민관협력 복지 프로그램이 있다. 이 희망케어는 지난 3년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현재 100억이 넘는 복지기금을 마련했으며, 시의 지원으로 훈련을 받은 약 7만여명의 전문 자원봉사 시민들이 활동하고 있다. 희망케어와 자원봉사시민들은 저소득 장애인과 차상위 주민, 독거노인 등 복지가 꼭 필요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남양주 희망케어의 인력은 시에서 인건비를 보조하지만, 기금지원은 하지 않는다. 대신에 희망케어 직원들이 관내 시민들과 기업, 자영업체, 병원등과 MOU를 통해 후원금과 물품, 의료서비스등과 같은 지원을 확보한다. 예를들어 남양주 관내 치과의 경우,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일정한 정원을 정해 무상으로 치과치료를 약속하는 경우다. 이렇게 서비스를 확보하면 치료가 꼭 필요한 소외계층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병원과 연결시켜 준다. 이러한 서비스 가운데는 고교를 졸업한 자녀의 부모들이 자녀의 교복을 희망케어센터에 기부하고, 교복 구입이 어려운 가정에 교복을 나눠주는 것도 있다.

   
▲ 대선 및 총선에서 단골공약으로 등장하는 ‘무상복지’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걷는 세금이 증가하는 이면의 부작용을 낳는다. 복지예산 부족 및 재원확보 문제는 언제나 일어나고 있다. 이는 정치인과 국민이 자초한 격이지만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주도 복지 활성화가 그 답이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자, 지켜보던 관내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외부 기업들의 자발적 후원과 참여도 이뤄졌다. 남양주 시는 민간 복지기금이 형성되자 여기에 고용과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를 개발해 협력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필요한 주민이 시청의 고용센터에 문의하면 그 자리에서 희망케어의 복지 시행에 필요한 인력수요와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고용-복지 연계 시스템으로 남양주시는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성과를 올렸다.

동시에 관내 기업들 가운데 단순 조립과 같은 근로인력이 장기적으로 필요한 경우, 시는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가족에게 연락을 해서 곧 성년에 이를 자녀를 가진 부모들에게 취업할 것을 권유한다. 그 이유는 자녀가 취업을 하게 되면 기초연금지급이 중단되고, 부모는 자녀에게 생활비를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초수급자들은 일을 하기보다는 기초연금에 머물려 하지만, 시청과 희망케어의 설득으로 일자리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고용을 통해 복지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차상위계층의 소득자가 기초연금 수급자로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하는 것이 지자체의 복지예산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남양주시 희망케어 모델의 성공

이렇듯 민간복지 프로그램의 개발과 활성화는 규제로 인한 정부주도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 민간복지의 경우 그 노하우가 전문적으로 축적되기에 어떤 사람에게 어떤 복지가 필요한 지를 경험적 판단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사례로 남양주시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마흔 살의 의붓 아들과 살던 할머니는 생활비를 일체 주지 않고 집을 나가라는 의붓아들의 학대와 폭력 때문에 시달렸으나 국가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들에게 소득이 있어서 복지수혜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웃주민의 보고로 이를 알게 된 희망케어에서 할머니를 상담한 결과, 복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할머니에게 집을 나와 단독 거주 원룸에 월 60만원의 생활비 수령, 또는 희망케어가 운영하는 노인공동주거센터에 입주할 것 가운데 선택을 주었고, 할머니는 노인공동주거센터에 입주할 것을 결정해 문제가 잘 해결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민간복지 시스템의 활성화는 복지를 매개로 사회공동체 구성원간에 연대와 돌봄이라는 인간적 유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한 감동적인 스토리들로 인해 주민들의 후원과 참여는 더욱 활발해 지고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게 되어 복지서비스를 받고도 불만이 생기는 국가복지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사회보장 자기부담원리 생각할 때

이와 함께 사회보험적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보험의 개선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의료보험시스템은 원가의 약 74%에 달하는 의료비와 비급여 의료항목의 지나친 비대로 인해 정작 필요한 외과나 산부인과 서비스는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산부인과의 폐업과 전공의 부족으로 현재 우리의 임산부 사망률은 2008년 10만명당 8.4 명이었던 것이 최근 14.2명으로 치솟아 70년대로 후퇴한 상황이다. 동시에 저수가 의료서비스는 의료자원의 남용을 가져와 GDP당 의료비지출비율은 싱가포르의 4%에 약 두 배에 이르는 7%대를 기록하며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의료보험 형태를 싱가포르의 ‘메디세이브(Medi Save)’와 같은 의료저축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메디세이브란 근로자가 자기 소득의 10%를 강제로 의료비로 저축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회사에서 일부 보조를 하고 정부는 의료저축에 연4~5%의 이자를 지급한다. 병이 났을 때 환자는 이 메디세이브를 통해 의료비를 지불하며 큰 비용의 병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금이나 대출을 활용할 수있다. 물론 소득이 없거나 적은 계층에는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 3월 9일 전국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예산부족으로 보육지 지원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치원알리미 캡쳐

이러한 메디세이브 시스템은 자신의 비용으로 자신이 치료받는 것이며, 통계적으로 어느 나라든 중산층의 경우 평생 의료비는 대략 의료보험비 지불액에 근접해 있다. 이를 복지비용의 중첩 구조라고 하는데 사실 중산층의 경우 대개 세금으로 내는 복지비용과 그 수혜를 따져보면 자신이 돈으로 자신이 복지 서비스를 받는 중첩구조에 놓여 있다. 따라서 중산층의 경우 복지비용을 자신의 비용으로 내게 하는 메디세이브와 같은 제도는 의료자원을 남용시키지 않으면서 의료기관들 간에 경쟁을 촉발해 의료수준이 높아지는 효과를 불러온다. 싱가포르는 현재 의료관광으로 의료기관들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경쟁도 치열해 의료의 질과 국민소득대비 의료비의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메디세이브 정책과 함께 독일의 경우 민간보험과 공공보험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독일 국민들은 처음 1년간은 누구나 공공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1년 후에는 민간보험으로 옮길 수 있으며, 공공보험은 고객을 잡기 위해 병원이용율이 낮은 가입자에게는 의료보험비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시행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에서도 사회보장 시스템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재정으로는 제 아무리 복지천국 스웨덴이라고 해도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