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우리은행 본점 직원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600억원대의 은행 돈을 빼돌린 정황이 10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드러나면서, 금융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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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본사 전경./사진=우리은행 제공. |
우리은행은 직원이 개인 계좌로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10년 가까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다가, 지난 27일에서야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사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당국 역시, 금융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횡령사건과 관련해선 일반은행 검사국이 전날 오후 우리은행 현장 수시검사에 착수했으며, 법규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사실관계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파악해, 제재 수위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오후 내부 검사에서 현직 차장급 직원 A씨의 횡령 정황을 파악해,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께 경찰에 자진 출석했으며, 경찰은 A씨가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긴급 체포했다.
A씨가 빼돌린 금액은 총 614억 5215만원으로, 지난 2012년 10월 12일을 시작으로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개인 계좌로 인출한 혐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인 계좌로 횡령한 614억원 전액을 인출했으며,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횡령한 돈은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범행이 덜미를 잡힌 것은 우리은행이 최근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면서다.
그동안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로 국제 송금이 불가능해져 배상금 지급이 지연돼 왔는데, 올해 1월 미국에서 '배상금 송금을 위한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특별허가서' 발급이 이뤄지면서, 배상금 지급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지난 10년간 그 어떤 감시 시스템에도 걸러지지 않고, 방치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별도의 내부통제관리위원회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내부통제기준과 임직원 행동 강령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같은 기구의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횡령 금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데다 내부통제 시스템에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은행 뿐 아니라 은행을 감독하는 금융당국도 비판과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종합감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횡령 사실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곧바로 검사에 착수했다"며 "법규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사실관계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인 조사와 함께,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해당 직원 고발조치와 발견 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손실금액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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