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처음 밝힌 이후 북한에서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전날까지 누적된 확진자 수가 52만여 명이고, 사망자 수는 27명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날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며 방역 강화를 주문했다.
그런데 김 총비서는 이날 방역과 관련해 “중국의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북한이 첫 감염자가 나왔다고 공식 발표한 12일부터 13일까지 우리정부가 발빠르게 북한에 백신·의약품 지원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아무 반응을 안 한 채 중국정부에 요청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12일 즉각 북한 코로나 방역지원 방침을 발표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직접 “북한에 코로나 백신 등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부 라인’을 통해 북측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영상통화를 갖고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임을 강조하고, 북한에서 코로나19 발생을 우려하면서 대북 인도적지원 방안을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미국은 14일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미국이 기부한 화이자 백신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다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이같이 답한 것으로 미국이 직접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선호를 고려해 ‘화이자’라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과 같은 핵무기 체계 고도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버리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국과 미국에 손을 내밀지 전망하기 힘들다.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힘든 현 시점을 노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까지 나섰고, 7차 핵실험 준비도 두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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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4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당 협의회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2022.5.1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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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의 현 사태가 심각하고, 적어도 수개월간 대혼란이 예상되지만 결국 한·미에 손 내밀기보다 중국측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코백스에서 배정한 297만회분의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거부했던 김 총비서가 이번에는 “선진국 방역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며 중국과 협력할 의사를 드러낸 바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일단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면서 “내부 확산 및 통제 추세를 좀 더 지켜볼 것으로 보이고, 결국 중국측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가장 커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김정은 총비서의 의지 및 의도와 상관없이 코로나 급확산에 따라 북한주민들의 공포심이 커질 경우 기존의 자력 중심 위기극복 기조와 원칙 등이 계속 고수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최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앞으로 북한 간부들은 중국 방역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으려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지역별, 직장별, 아파트별로 매일 신규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당원들을 통해 주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처럼 북한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고, 한미의 대북 인도적 협력이 대화 전환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6월 상순 국가 중요정책 결정을 위한 당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했다. 당 전원회의까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6월 중 핵실험이 없으면 장마기간인 7~8월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협력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북한이 핵실험 등 핵무력 강화 계획을 완화시키면서 대화 전화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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