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민간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재계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발맞춰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국내를 비롯해 미국에서도 전기차 생산확대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윤석렬 대통령이 강조해온 반도체 초격차 역량 활보와 차세대 통신기술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대미 투자와 공급망 논의 등도 진행할 전망이다. 이 밖에 SK와 LG도 인공지능을 비롯한 전장사업 투자확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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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사 제공 |
19일 관련업계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은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분야에 21조원을 투자한다고 전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투자다.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은 올해 34만대에서 144만대로 대폭 확대한다. 2030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 323만대의 45%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은 국내를 전기차 시장의 허브로 만들고,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한다. 기아는 전기차 국내 생산 확대의 일환으로 오토랜드 화성에 수천억원을 투자해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산 시점은 2025년으로 우선 10만대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PBV 1위 브랜드에 도전한다.
정의선 회장은 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과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라인 증설 등도 추진해 그룹의 전동화 플랜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태생기를 넘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 밖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공장 투자 계획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새롭게 구축하고, 차세대 전기차를 미국현지에서 생산해 공급한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전기차 격전지가 될 미국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해나가는 한편 전기차 맹주 테슬라와의 경쟁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3년 동안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채용 계획도 3년간 4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투자의 대부분은 반도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현재 우위를 유지하고, 현재 2위인 시스템 반도체는 2030년까지 171조원 투자해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시설투자(7조9000억원)에서도 85%(6조7000억원)가 반도체에 집중됐다.
하반기 가동하는 평택캠퍼스는 물론 2024년 가동되는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0일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첨단 사업에도 초점을 맞춘다. 로봇과 인공지능(AI), 6G, 바이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제1회 '삼성 6G 포럼'을 열고 차세대 통신기술 선점에 대한 의지를 보인 바 있는 삼성이다.
재계 순위 2위로 오른 SK그룹은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후 10년간 공장 증설 등에 46조원을 투자했다. 또 용인 반도체 공장 4곳에 1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육성 계획에 맞춰 충북 청주에 추가 팹(반도체 제조공정)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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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좌)대통령실, (우)미국 백악관 제공 |
SK이노베이션은 녹색경영에 힘을 쏟는다.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량 1%인 2억톤(t)을 그룹의 감축 목표로 세우고 친환경 신사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테라파워와 사업협력을 맺었다.
더불어 바이오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보였었다. SK온은 북미, 유럽, 중국 등 주요 생산거점 투자로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220GWh로 확장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지난해 세계 3위 자동차 전장 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하고, 자동차 사이버보안 업체 사이벨럼도 인수했다.
앞으로도 전장 관련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새로운 판로가 생긴다면 생산시설 투자가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
또 최근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가 국제 인증을 받는 등 차량용 반도체 사업의 내재화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2분기 사내에 시스템 반도체 R&D 관련 TF도 꾸린 바 있다. 차량용 파워트레인 등 기존 사업에 차량용 반도체까지 전장사업 시너지 극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만 생산능력 확대에 7조원을 투자한다. GM과의 미국 현지 합작공장 설립과 유럽 공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기존 미래 신성장 동력 전략을 구체화 한 투자 발표가 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계획했던 방향성을 구체화 하는 것으로 규제완화와 미국과 경제안보동맹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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