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북미 대화’가 빠졌다. 대신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는 ‘한미연합훈련 확대’와 ‘확장억제협의체의 조속한 재가동’이 합의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인도·태평양지역 질서, 한미동맹, 공급망 강화를 강조했고, 중국경제, 대만해협 자유 보장, 우크라이나를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한미 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연합훈련의 범위 및 규모 확대 협의 개시를 비롯해 미군 전략자산 전개 확대, 북한의 다양한 사이버 위협 대응 협력 확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 재확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공동성명이 양국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는 까닭에 성명에는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고,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한에 코로나19 보건 및 방역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과 인도주의 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여부에 대해 질문 받고 “북한에 백신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응답을 듣지 못했다”며 다소 냉소적으로 답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나’란 질문에도 “북한이 진정성 있게 나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에 “윤 대통령은 비핵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 구상을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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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며 웃고 있다. 2022.5.21./사진=연합뉴스 |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 문 대통령과 합의했던 ‘판문점선언’ 및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 약속을 파기했다. 그러면서 안보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면서 북한 핵무기 개발에 정면 대응을 선언한 셈이다. 특히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수준을 관련 협의체 재가동으로 진전시키는 등 액션 플랜을 예고한 것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과거에는 확장억제를 말할 때 핵우산만 얘기했는데 다양한 전투기나 미사일을 포함한 전략자산의 즉시 전개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다양한 방식의 한미연합훈련 필요성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는 포괄적인 전략동맹과 행동하고 실천하는 한미동맹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2018년 2번 개최한 뒤 한번도 열지 않았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해서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조기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북미 간 합의 계승 대신 정기적인 한미연합훈련 확대 및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결과이다. 이는 북한이 먼저 모라토리엄을 파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으며, 7차 핵실험 준비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당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구체적인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으니 북한의 무력도발이 있을 때마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미훈련을 통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동원한 실무장 폭격훈련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감염자 확산도 변수가 되지 못한 채 한반도에서 ‘강대강 대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셈법처럼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정부도 나중에 있을 협상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강경책이 주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는 ‘남북관계 정상화 구상’이 적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멤버 참여를 공식화했다. 역내 개방적·포용적 경제질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취지이다.
또 한미 정상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을 함께 개발하고, '방산 FTA' 협정도 추진하는 공급망동맹과 기술동맹 추진에 합의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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