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산은 노조가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산은 부산 이전 반대'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양산을)을 중심으로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지역 소멸'을 우려해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원 등 10인의 국회의원은 전날 주요 국책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일부 개정안 4건을 발의했다. 각 개정안에 해당되는 금융공기관은 △산은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기업은행 등 4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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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산은 노조가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산은 부산 이전 반대'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다. KDB산업은행 본점/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대표적으로 산은법 일부개정안의 경우, 현행법상 산은 본점이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명시한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로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이 36곳에 달했고, 이는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결과"라며 "지역 소멸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한정해 위치하도록 하는 구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산업은행 본점의 소재를 서울특별시로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이라면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개정함으로써 균형발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각 법안에 공동으로 발의한 의원은 민주당 8명(김두관·송재호·이탄희·황운하·김경만·신정훈·전용기·김정호), 국민의힘 1명(최연숙), 기본소득당 1명(용혜인) 등이다.
김 의원은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냈다가 공동발의자 일부가 철회 의사를 밝혀, 발의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산은·수은·한은 등 3곳의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국책은행의 '서울 알박기' 조항을 삭제하고자 했다.
당시 김 의원은 "스위스와 같은 분권을 통해 최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내재적 발전전략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이들 은행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는 강제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발의배경만 놓고 보면 산은 부산 이전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궤를 같이 한다.
김 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것이지만, 민주당이 지난 4월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금융노조와 손 잡고 정부와 여당을 공격했던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김영주·서영교·김민석·민병덕·오기형 의원은 금융노조와 공동으로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통해 본 금융중심지 정책'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 김민석 의원은 "지방 금융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산은이 내려가면 부산은행이 좋아하겠는가"라고 비판했고, 오기형 의원은 "세계적으로 한 나라에 (금융허브를) 한 곳 만들기도 힘들다"며 "졸속 추진으로 또 다른 사회적 논란과 비효율을 초래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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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노조는 지난 13일 본점에서 간부단 삭발투쟁까지 벌이며 부산이전을 반대하는 대정부 투쟁을 시사했다./사진=금융노조 유튜브 화면 캡처 |
한편 산은 노조는 전날 본점에서 간부단 삭발투쟁까지 벌이며 부산이전을 반대하는 대정부 투쟁을 시사했다. 노조는 정부와 강석훈 신임 산은 회장이 지방이전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철야농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조윤승 산은 노조 위원장은 "노조 측이 강 회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먼저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막는 것"이라면서 "부산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절대 투쟁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임 회장은 부산 이전이 국가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발언을 해왔는데, 정작 신임 회장이 '난 지시를 받고 왔으니 부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산은 직원들 그 누구도 새 회장을 따르거나,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노조의 출근길 저지 시위로 7일째 본점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내정 후 본점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강 회장은 산은 인근 호텔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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