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 임직원들이 17일 산은 본점에서 "산은 본점 지방이전은 '반(反)시장적' 발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에게 지방이전 계획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 강 회장이 3460명에 달하는 산은 임직원들과의 대화 없이 '지방이전'만을 원칙적으로 고수하는 점을 꼬집어, 직원들에게 인정받거나 존경받는 회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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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은행 임직원들이 17일 산은 본점에서 "산은 본점 지방이전은 '반(反)시장적' 발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에게 계획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산은 임직원들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산은 본점 1층에서 '산은 본점 부산이전 추진 관련 회장 내정자 및 정부 입장 표명 촉구 기자회견'을 가지고 윤 대통령과 강 회장을 강력 비판했다.
이날 노조는 "(강 회장에게) '본점 소재지 문제는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르고,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 본점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을 요구했다"면서도 "(강 회장이) 구성원들의 정서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채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정권의 입장에서만 현 상황을 판단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전날 산은의 공식 대외행사인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2, 서울' 행사 참석을 앞두고 노조와의 두 번째 대화를 시도했다. 산은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수장으로서 개회사를 맡는 만큼, 노조로부터 '회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행보였다. 하지만 강 회장은 노조와의 대화에서 정부 입장에 기반해 '지방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강 회장은 전날 "지방이전에 대해 계속 반대의견을 말씀해도 좋다"는 발언도 내놨다.
이날 조윤승 산은지부 노조위원장은 "(강 회장에게) 이 정책이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고통받을 수 있는지 정부에 다시 전달해주고, 또 이 정책이 다시 재검토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우리 직원들 앞에 성명해달라 요구한 것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면서도 "보수·복지를 개선해주겠다고 하는데 (직원들의 생존권·생활권 보장) 노력하겠다는 선언도 할 수 없는 분이 무슨 복지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출근길 저지시위에 대해서는 강 회장의 출근길을 막은 바 없다며 해명했다. 조 위원장은 "산은 본관은 지하에 연결돼 있고, 양 건물에 자동차주차장까지 합쳐서 15곳의 출입구가 있다"며 "우리는 그 중 한 개의 출입구(정문)만 잡고, 하루종일도 아니고 출근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50분까지 집회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 없이 강 회장이 언제든 출근할 수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강 회장이 노조와 직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기 위해 상징적인 의미의 '정문 출근'을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회사의 CEO로서 직원들의 리더로서 직원들의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보살펴주지 않겠다는 사람이 무슨 존경과 명예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명예는 남의 것을 빼앗을 수도 줄 수도 없다. 명예는 스스로 버릴 수 있을 뿐이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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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은행 임직원들이 17일 산은 본점에서 "산은 본점 지방이전은 '반(反)시장적' 발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에게 계획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방이전은 함께 얘기하고 풀어나가야 한다"며 "산은 본점 소재지는 법에 의해서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정한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산은의 본점은 서울특별시가 아닌 여의도가 아닌 어떤 곳에도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임 회장으로서 '산은 본점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할 사안이지, 내가 회장이 되면, 취임식을 하면, 직원들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돌아가도록 절대 큰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어야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발언을 꺼내 들어 강 회장을 맹공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이전하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어제 강석훈 회장이 (우리에게) 한 말이 '공간이 뭐가 중요하느냐' 였다"라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는 건 분명히 있다. 여기에 우리의 인프라가 있고 우리의 고객이 있고 우리의 가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요한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정치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올바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왜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고 오히려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정치를 했다는 사람이, 과거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으로 대통령도 보좌했던 사람이, 그리고 학생들에게 경제를 가르쳤다는 사람이, 국가경제를 위한 균형잡힌 사고조차 하지 못하고 정치라는 목적을 위해 단지 산업은행 동지들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전날 정부가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지방이전이 곧 '반 시장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시장은 산은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자금을 공급하고 산은이 특정 지역에 속해 그 지역 내 활용되지 않는 것을 원하는데 이것이 정말 신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이 맞느냐"며 "산은을 강제로 지방이전하겠다는 것이야 말로 시장 개입이고, 반 시장적 규제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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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은행 임직원들이 17일 산은 본점에서 "산은 본점 지방이전은 '반(反)시장적' 발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에게 계획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이날 노조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지방이전을 제고해줄 것을 요구하는 발언도 내놨다. 인플레이션 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환율·금리·유가 등이 모두 급등하는 '3고(高)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무리한 지방이전으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이전할 경우 직원들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 KTX를 타고 서울 올라오게 해서 금융 수장들과 회의하고 내려보낼 것인가"라며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는 점을 이 정부가 하루빨리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은지부 위원장은 "산은 본점 이전은 정치의 영역이고 행정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내야 하는 산은 회장에게 부산 이전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게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하루 속히 강석훈 회장에게 올바른 경영자의 인식을 심어주고 산은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는 그런 판단을 내려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회장은 지난 7일 정부로부터 회장으로 임명받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와 타협하지 못하면서 이날까지 정식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로 10일째. 노조는 윤 대통령과 강 회장이 '지방이전'을 철수할 때까지 매일 아침 시위를 벌인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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