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내정 2주만인 지난 21일 공식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다만 취임식을 위한 출근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화 없이 누워있는 노조원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강 회장은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본점 부산 이전을 논의할 수 있는 '노사 소통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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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내정 2주만인 지난 21일 공식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다만 취임식을 위한 출근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화 없이 누워있는 노조원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사진=금융노조 산은지부 제공 |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1일 오전 9시30분께 본점 정문으로 공식 출근 후 취임식을 강행했다. 하지만 출근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동안 금융노조 산은지부를 비롯 산은 직원들은 업무 직전까지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강 회장의 출근길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21일에도 여느 때처럼 시위를 벌였으나, 강 회장은 직원들이 모두 철수하고 노조만 잔류했을 때를 공략했다. 뒤늦게 노조가 대화 없는 출근길을 용납할 수 없다며 정문 출입문 입구에 눕기까지 했지만 강 회장은 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출근했다.
강 회장은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속에서 산은이 해결해야 할 기업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을 고려해 출근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사에서 "7일 산은 회장으로 임명되고 2주가 지난 시점에서, 현재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 및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와 산업은행, 그리고 산은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근했다"고 밝혔다.
한 산은 관계자는 "강 회장이 산적한 구조조정 현안 때문에 우선적으로 취임한 것인데, 취임 후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직원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면서도 "(본점) 부산 이전 문제가 하루이틀 만에 결정날 사안이 아니다보니 (직원들과) 여러 논의가 오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 구조조정을 해결해야 할 산은 '브레인'들이 부산 이전을 우려해 '사퇴 러시'에 나선 점이다. 산은은 전임 이동걸 회장이 마무리짓지 못한 대우조선해양, KDB생명, 쌍용차 재매각 등의 기업 구조조정과 스타트업 지원 등의 국가 미래먹거리를 위한 투자 문제를 떠안고 있다.
하지만 때아닌 부산이전 문제가 점화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연간 이직 숫자에 가까운 40여명의 젊은 주니어급 직원들이 산은을 떠나면서 업무 공백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산은은 석·박사 학위 소지자 및 변호사 자격 소지자 등 15명의 신규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이전과 더불어 동료 직원들의 이탈까지 겹치면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노조원들은 (부산 이전으로) 답답한 마음은 있지만 일단 적법한 절차에 의거해 선임된 공공기관 회장이다보니 강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의도는 없다"면서도 "직원들로선 시급한 만큼 최대한 목소리를 내보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그래도 선임됐으니 강 회장이 원만히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큰데 긴 여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강 회장의 취임 직후 성명서에서 "강 회장이 산은을 제대로 이끌고 지휘해 국가경제에서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해 낼 것이라 기대하는 직원은 단언컨데, 단 한 사람도 없다"며 "나의 삶을 파괴할 적인 회장을 믿고 따를 사람 역시 단 한 사람도 없다. 인사권, 예산권을 휘두를 수는 있겠지만 산은을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식물 회장'이 될 것이라고 엄포한 것.
산은 이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막을 수 있는 대안도 하나둘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모델은 업무 기능에 따라 서울과 부산에 나눠 운영하는 방안이다. 대표적인 모델은 한국거래소다. 본점은 부산에 두고 있지만, 주요 업무는 서울에서 처리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산은의 경우 글로벌사업부문과 자본시장부문 등 금융수요가 상당한 부문을 서울에 남겨두고 기업금융, 중소중견기업지원, 혁신성장금융 및 구조조정 등은 부산으로 이전해볼 법 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은을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회사(지역개발금융공사)를 부산에 설립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다만 산은 본점이 아닌 자회사는 규모 면에서 본점과 견줄 수 없어 부산시를 비롯해 정가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여러 안이 거론되는데, 공식적인 내용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정부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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