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17년 이후 5년여만에 6.25전쟁 계기 반미시위를 개재한 북한이 ‘미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최전방에 전술핵 배치를 시사한 북한이 23~25일 평양시 군중집회를 열어 “미제가 침략적 본성을 잊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북한 외무성은 26일엔 “미국이 힘에 의거해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는 한 강대강, 정면승부 투쟁 원칙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정세 격화를 초래하는 위험한 기도’란 글에서 “미 국무성(국무부)의 고위관리들 속에서 ‘강력한 대응’ ‘단기적이며 장기적인 군사적 대비 태세의 조정’ 등 협박성 발언이 때없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외교를 전업으로 하는 국무성 관리들이 군부 관계자들이나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미국이 입만 벌리면 외워대고 있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없는 대화’ 타령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반증하는 동시에 우리 제도를 힘으로 전복하려는 미국의 야망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외무성은 또 “최근 미국은 스텔스전투기들과 전략폭격기들을 우리 주변지역에 끌어들이고 각종 정찰기들을 동원해 우리에 대한 공중정탐행위를 감행했다”면서 “미국은 일본,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면서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나라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국은 입으로만 대화의 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무분별한 반공화국 책동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미국은 날로 더욱 격앙되고 있는 우리의 반미의지를 똑바로 보고 언행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미제’ 표현이 재등장한 것은 북미대화가 중단된지 3년여만이다. 북한과 미국 간 대화는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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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에 즈음하여 24일 근로단체들에서 복수결의모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22.6.25./사진=뉴스1 |
북한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6.25전쟁 관련 반미 집회 등을 열지 않았고, ‘미제’ 표현 사용도 자제해왔다.
하지만 남한에 새로운 보수정부가 들어서고 최근 대북 한미 및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여러 메시지가 나오자 북한은 대남 전술핵 위협에 이어 대미 투쟁 의지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핵무기의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이후 북한은 KN 계열 미사일들을 잇따라 시험발사했고, 이후 6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이어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휴전선 전방부대에 전술핵무기 배치 결정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술핵무기의 전방부대 실전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전술핵과 함께 소형화된 수소폭탄을 실험해서 소형 핵탄두들이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명박정부 시기에 남북 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북한 연평도 포격의 세차례의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북한의 ICBM 개발이 상당히 진척돼 있고, 소형화된 핵무기도 이미 보유하고 있으므로 다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있어나면 그때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북한연구센터장은 “문제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연결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ICBM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의 동해안 지역을 전술핵으로 공격하고, 이에 대응해 미군이 북한을 공격하려 할 때 북한도 핵무기로 미국 서부지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 과연 미군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미국의 핵무기 사용에 북한도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이 유사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한미동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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