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차기 한국수출입은행장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교수 출신 인사를 내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엄중한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안보를 책임질 현장형 실무전문가가 자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문규 전 수은 행장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자리하면서 수은 행장직이 약 한 달 가량 공석 상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수은 행장 직에 인수위에서 활약한 교수들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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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차기 수출입은행장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교수 출신 인사를 내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사진=수출입은행 제공 |
유력 후보로는 인수위에서 경제1분과를 맡은 신성환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조정분과를 맡은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김철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이 인사 후보로 거론된다.
금융노조 수은지부 측은 아직 정확한 인사가 나오지 않아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면서도, '교수 출신' 인사 만큼은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박요한 수은지부 노조위원장은 "경제상황이 엄중한 데다 수은에 역할이 주어진 게 경제안보인데, 어느 국가와 어떻게 교류하느냐가 많은 변수가 된다"며 "정부 스탠스를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현장 얘기를 듣고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은 파이낸싱이 경제안보에 기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것을 이론 중심의 교수가 와서 캐치하기에는 시간이 상당부분 걸린다"며 "해외 국가들의 대통령·재무장관들과 긴밀한 교류를 하고, 국제기구, ECA(공적수출신용기관)들과 협업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려면 업무를 해본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은의 업무구조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수은이 이미 전통적인 수주산업 지원방식에서 '선(先)금융 후(後)발주' 개념으로 파이낸싱을 지원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진출을 금융지원으로 도와 최근 수소 관련 협약도 맺었던 까닭이다. 이론 중심 전문가가 전반적인 시장 이해, 자금지원 흐름, 국익 관점에서의 유불리 등을 따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수은 직원들은 시차 문제로 인해 대부분 불철주야 밤에 일을 한다"며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전문가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최근 수은지부는 전 임직원 대상 '바람직한 차기 행장'에 대한 의식조사를 진행했는데, 대부분 '소신형 현장전문가'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금융현장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까닭이다.
한편 교수 출신인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마찰을 빚었던 것처럼, 수은도 교수 출신이 자리할 시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현장 경험이 전무한 교수·국회의원 출신 폴리페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명에 이어 이번에는 수출입은행장 마저 정책금융과 국제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전혀 없는 폴리페서의 임명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국책은행장은,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교수와 정치인 사이 쯤에 있는 정체불명의 폴리페서들을 위한 논공행상, 보은인사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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