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박지원·서훈 두 전직 국정원장을 고발하면서 사실상 문재인정부 안보 라인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2020년 9월 사건 당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표류 가능성을 보고한 국정원의 보고서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군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한 기밀정보 47건을 정보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무단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밈스는 사단급 이상 부대가 실시간으로 특수정보(SI) 등을 올리는 정보공유시스템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밈스 정보 삭제를 국방부에 지시하고, 이런 지시가 합동참모본부의 밈스 총책임자에게 지침이 내려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박지원 전 원장을 구속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윤성현 당시 해경철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당시 해경청 형사과장을 고발한데 이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등 10여명을 직권남용 등 협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이대준 씨를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 해경수사 책임자들은 일괄 대기발령 상태이다. 현재 감사원은 군의 정보 유통망에서 기밀정보가 삭제된 정황도 들여다보기 위해 당사자 동의를 받아 디지털 포렌식을 위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제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복원해서 수사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다.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됐으며,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가 수사 중이다. 공공수사1부는 이 씨의 첫 고발 이후 일주일만인 지난달 29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번 사건 관련 주요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 현 수사부에 반부패수사부가 더해지는 형태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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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
국정원의 자체 고발을 시작으로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까지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이번 두가지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이 씨 유족을 처음 만나 진실규명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이 씨 아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내 “국가가 상처를 안겼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두 사건에 대해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우리국민 인권을 침해했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라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월북 어민 북송 사건’으로 문재인정부 전직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국방부에 수사 칼날이 정조준됐다. 대통령실이 이미 두 사건의 반인권적·반인륜적 혐의가 드러난다면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한 것이라고 규정한 만큼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결론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까지 파문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경우 22일 문 전 대통령에게 첫 서면보고가 이뤄졌고, 23일 새벽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으며, 24일 관계장관회의가 한차례 더 열렸다. 그리고 밈스 삭제 시기는 23~24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회의를 거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정부 입장이 ‘추락 추정’에서 ‘월북 추정’으로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당시는 문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관련 주장을 발표하던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사전에 녹화된 영상을 그 시각에 방영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지만 임기 마지막 종전선언으로 남북관계 전환에 공을 들이던 시점이어서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 개입이 의심받고 있다.
한편, 박지원 전 원장은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의혹을 계속 부인하고 있으며, 서훈 전 원장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국정원이 지난달부터 자체조사단을 꾸려 고강도 내부조사를 진행한 결과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원이 드디어 정치활동을 시작했다”면서 “문 전 대통령까지 물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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