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외교부는 4년 7개월만에 양자 차원의 한일 회담이 열린 것과 장관급 셔틀외교가 복원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양국 현안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모두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고, 회담 종료 후 공동 기자회견도 없는 등 구체적인 의견 접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이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박진 장관이 하야시 외무상에게 민관협의회 회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외교부 장관이 민관협의회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일본 측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한일 양국이 문제 해결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고 앞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나가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번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장관급 셔틀외교’가 복원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최근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발족한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일본측에 설명한 것과 관련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협을 통한 의견수렴과 일본과의 의견교환이라는 두 가지 프로세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하야시 외무상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쌓아온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기반에 근거해 한일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지 위해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명시됐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현금화가 진행되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책이 나오도록 노력한다고 말했고, 그 위에서 양 장관은 이 문제의 조기 해결하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일 양국 장관이 오랜만에 만나 양국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논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으나 일본정부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해법을 마련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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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나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7.18./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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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민관협 차원의 의견수렴이 완료되지 않았고, 따라서 일본정부와 조율할 우리 정부안이 나온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박 장관의 설명에 하야시 외무상이 경청했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으로는 우리측의 문제 해결 노력에 일본측이 어느 정도로 부응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은 앞서 방일 목적으로 수출규제 문제 해결이나 지소미아 정상화, 무사증 입국 조치 등 해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수출규제와 관련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러한 부당한 조치가 즉시적으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다만) 일본측에서 어떤 현안에 대해서는 반응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고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당국자는 “수출규제, 비자면제 조치, 북한 핵·미사일 문제, 글로벌 스테이지에서 어떤 협력을 해나갈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세력 변경이나 질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다 개진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포함해서 상호간 입장이 개진되었고, 토의되고 협의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만나는 한일 정상회담이 언제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해결 방안에 접점을 찾고, 지소미아 정상화 및 수출규제 조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 정상간 셔틀외교도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관련 질문에 “박진 장관의 방일을 계기로 장관을 포함해 각급의 소통과 협의를 가속화해나가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구체적인 교류와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추후 적시에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19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본 총리가 우리 외교장관을 마난 것은 2018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이후 4년여 만이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관한 화제가 나왔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일본언론이 전했다.
한편, 일본언론은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관련해 기시다 정권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과 타협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자칫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으로 충격받은 보수파의 반발을 우려하는 관측이다.
아사히신문은 “참의원선거 중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한 긍정적인 자세를 내놓기가 힘들어졌다”며 “기시다 정권이 역사 문제에서 한국과 타협하는 것으로 비치면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한국 외교장관이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윤석열정부의 지지율이 벌써 하락하고 있어 징용공(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서 어려운 정치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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