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금감원의 과징금 통보 전면 '무효' 판단
향후 시장조성자 제도 참여 증권사 줄어들수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9곳에 통보했던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는 없던 일이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이들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다.

   
▲ 금감원이 증권사 9곳에 부과 통보한 480억원의 과징금은 '무효'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9일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인 9개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위법으로 볼 수 없으며 과징금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심의·의결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내린 과징금 부과 통보를 전면 뒤집는 결과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1일 시장 조성자로 활동하는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9개 증권사가 반복적인 호가 정정·취소로 시세에 영향을 줬다며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으로 총 487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당시 “풍부한 ‘스프레드 호가’를 제공하기 위한 시장 조정자의 정당하고 일상적인 행태”라며 “이를 시장 교란행위로 볼 수 없다”고 크게 반발했다.

이후 시장 조성을 위한 스프레드 호가 제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뒤 현재까지 호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이 사안에 대해 증선위에 해당 조치안의 심의를 요청했고 증선위는 네 차례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포함, 총 여섯 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증선위는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서는 시세 변동에 대응한 호가의 정정·취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국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호가 정정·취소율(95.68∼99.55%)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승인한 제도하에서 시장조성자의 특정 행위유형이 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전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2020년 시장 전체 주문의 하루평균 정정·취소율(시장조성자 거래 포함)은 약 94.6% 수준이다. 해외의 경우 시장조성자만의 정정·취소율 수치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증선위는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당 시장조성 호가 정정·취소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증권가에선 ‘당연한 결과’라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당한 시장 조성 활동에 과징금 부과라는 처분이 통보되면서 증권사들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앞으로 시장조정제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증권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성자제도는 거래소와 증권회사가 1년에 한번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시장조성 대상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해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다.

한편,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금감원 조사 취지 및 증선위 심의 내용을 고려해 시장조성자 활동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선정과 제도개선 검토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