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남북 및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외교수장들이 이번 주 한 자리에 모인다. 오는 3~5일 사흘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이 기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참석 국가들과 양자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안보협의체로 이를 계기로 박 장관과 북한측 인사의 조우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은 이번 회의에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유의미한 코멘트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의 외교수장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프놈펜에 모일 예정이다.
먼저 4일 오전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이어 같은 날 아세안 국가와 한중일이 함께하는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5일 아세안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역내 주요국이 참석하는 EAS가 열리고, 같은 날 ARF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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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사진=외교부 |
외교부는 2일 ARF에서 우리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의제는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한반도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 북한과 관련한 공조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10개국 비롯해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 등 총 27개 국가·지역이 참가하는 ARF 외교장관회의 이후 발표될 의장성명도 관심사다. 이번에 북한이 참가하는데다 최근 대만 문제에 더해 ‘한반도 사드’까지 미중 간 갈등 현안이 노골적으로 대립하고 있어 각 국가의 입장이 어느 수준으로 담길지 주목되는 것이다.
특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크게 훼손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군사 조처까지 시사한 상황이다. 이번 미중 간 충돌은 3연임 결정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두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각국은 이미 이번 ARF 회의 의장성명 문안 조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각국이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성명 채택이 지연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 장관은 이번 아세아 관련 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 방향 등을 소개하고 특히 대북정책에 관한 각국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와 단합해 강력히 대응하되,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 또한 비핵화 협상 복귀를 계속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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