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미국의 국가종합 과학기술 전략인 ‘반도체와 과학법’이 지난달 29일 최종 통과하면서, 미국-중국간 기술패권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전략을 보다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 법은 미국의 기술경쟁력, 경제력, 군사력 우위 확보를 위한 것으로, 인공지능 및 연관 첨단산업 역량의 총체적 제고를 목적으로 2000억 달러의 연구개발 예산과 반도체 산업 보조금 527억 달러 및 25% 세액공제가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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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사진=삼성전자 |
산업연구원은 4일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동 법의 통과로 2025년경 세계 반도체 산업의 분업 체계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전략 및 지원정책의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동 보고서는 ‘반도체와 과학법’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 승리를 위한 인공지능 및 연관 첨단산업 경쟁력 및 경제‧산업 안보 강화 등 동법의 골격을 제시한 NSCAI(인공지능국가안보위)의 제언을 상당 부분 채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세계 경제·산업 분야에서 미·중 간 신냉전 본격화에 대비해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종합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전략의 입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양안 갈등을 위시한 대외관계 위기와 경제침체, 낙태(Roe v. Wade), 그리고 치안 및 총기규제 등 대내적으로 다층적 분열에 직면해 있음에도 ‘반도체와 과학법’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기술경쟁력 및 경제‧군사력 우위 확보를 위한 국가 지도부의 의지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 법은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첨단산업 및 에너지(원자력, 탄소중립), 바이오, 우주항공 등 제분야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인력양성, 인프라 확충에 2000억 달러(약 260조 원) 규모의 연방 재정 투입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국립과학기술재단(NSF) 예산 810억 달러(약 105조 원)를 확보하고, 인공지능국가안보위(NSCAI) 제언에 따라 산하 기술혁신국 신설이 계획돼 있다.
반도체지원법 관련 연방 재정 지원금(527억 달러)은 주무부처인 상무부, 국방부 및 국무부가 사용할 수 있는 총 4개의 기금을 신설해 집행할 예정으로, 먼저 美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대한 직접 보조금 390억 달러,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비 110억 달러 등 총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건설 직접 보조금 중에는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피해 극복 및 예방을 위한 성숙 공정 반도체 제조시설 보조금 20억 달러가 포함된다.
연구개발비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위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 및 첨단 후공정(ATP) 생산 프로그램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 주관으로 군, 정보기관, 주요 인프라에 사용될 ‘안전성 측정가능(Measurably Secure)’ 반도체 생산에 20억 달러가 투입되며, 국립과학재단(NSF) 지원법률 내 별도 조항을 마련해 반도체 인력 양성 및 단기 확보에 2억 달러를 편성했다.
반도체촉진법에 따른 25%의 시설 및 장비 투자 세액공제 혜택은 10년 간 240억 달러 규모로 가동 전 선지급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상무부는 직접 보조금과 합산 시 아시아에 입지한 기업 대비 40% 가량의 첨단 반도체 제조단가 격차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및 타 요주의 국가 내 장비 도입과 증설 등 제조역량 확대 및 신설 투자가 금지된다.
예외는 내수용 저기술 반도체 생산시설이며, 이에 대한 기준은 상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이 추후 결정 및 통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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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반도체 지원법 연방 보조금 부문별 투입 계획./자료=산업연구원 |
중국에 대한 견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지원법 예산 중 5억 달러는 국무부 주도의 ‘다자간 반도체 안보 기금’ 즉, 동맹국과 함께 수출통제, 지식재산권 보호 및 행사, 투자심사 등 공동 대응을 위한 국제 반도체 공급망 거버넌스 구축에 투입된다.
더불어 첨단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글로벌 확장을 억제하고, 미국과 동맹 주도의 표준 및 네트워크 보급과 장비 공급망 구축을 위한 ‘통신기술안보기금’ 설치를 위한 예산도 확보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이번 ‘반도체와 과학법’은 ‘과학기술 입국’을 위한 우리나라의 각성과 첨단산업 및 과학기술 전략과 정책 수준의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대외적 불확실성 점증과 국내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종합 과학기술 및 산업전략을 입안 및 실행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미·중 간 신냉전 전개에 따른 글로벌 산업지형 격변기를 전략산업 도약의 기회요인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외 산업기술 전략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시행 등 반도체 전략을 강화 중이나, 막대한 규모의 직접 보조금과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주요국에 발맞춰 지원정책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수준 제고가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견제 및 아시아 의존도 축소를 지향하고 있으며, 안보 위협에 직면한 대만에 대한 첨단 반도체 의존 완화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향후 서방의 전략적 탈(脫)대만 수요 선점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첨단 후공정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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