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1일 코로나19 유행위기 종식을 선언하면서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를 유행 원인으로 지목, 대남 적개심 고취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주재해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아직까지 백신접종을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전염병 확산 사태를 이처럼 짧은 기간에 극복한 것은 세계보건사에 남을 놀라운 기적”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김여정 부부장이 토론자로 나서 “남한에서 삐라와 너절한 물건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이 나라에 불안과 고통을 씌운 주범에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적, 대남 의식을 달리 가져야 할 때이다.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 불변의 주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방역에 몰두하며 잠잠하던 북한이 위기종식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남한을 ‘주적’이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그동안 주민생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 비상방역조치에 대한 불만을 남한 적개심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어보인다.

 

또한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모두 끝내고, 김정은 총비서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대형 도발을 할 수 있는 정황에서 명분이 필요한데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서도 군사도발을 재개할 명분쌓기로도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향후 내부통치에서 대남 적개심을 활용한 주민각성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앞서 김 총비서가 전승전 연설에서 보인 대남 강경태도와 김 부부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향후 주민들에게 적개심 고취 선전과 학습을 강화할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연구실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남한 주적’ 발언과 관련해 “북한이 지난해 8~10월 남한과 미국이 주적이 아니라는 ‘전쟁 주적론’을 제시했는데, 이번에 ‘남한 주적론’으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라고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향후 대남적대 행위를 가시화하기 위한 명분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남쪽으로부터 바이러스 유입이나 한미연합훈련, 군사적 움직임을 명분으로 대적행동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일부 탈북단체의 전단지 살포 문제를 전단지살포금지법에 따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상의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또 “다만 우리가 전단지 살포와 같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내부적으로 경제건설과 주민생활 향상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먼저 무리수를 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 경로와 관련해 근거없는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측에 대해 무례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