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침탈 루트" 대 "당의 근간"…당헌 개정 이견 뚜렷
이재명 "여당일 땐 괜찮아"…어불성설 주장 반발 키워
"'위인설법'…친명 대 비명 갈등 심화 불 보듯 뻔한 일"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당내 소란을 나타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헌 개정 찬반에 친명과 비명 간 이견이 뚜렷해 자칫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을 자중지란에 빠트린 당헌 80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당헌의 개정논의는 지난 1일 ‘검찰의 무차별 기소로부터 당원을 보호해야한다’는 청원이 주목받으며 본격화 됐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전 기준 당원 7만 명의 동의를 얻는 등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 8월 11일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청원 시스템에서 '당헌당규 개정요청' 청원이 당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청원시스템 캡처


하지만 해당 청원이 이재명 의원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던 시기 등장함으로써, 특정인을 위한 ‘방탄 개정’이란 지적이 나와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헌 개정은 '민주당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반발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또한 야당 시절 부정부패 처벌에 대한 당헌을 유지한 바 있어, 타당한 근거 없이 당헌을 개정할 경우 민주당이 또 다시 ‘내로남불’에 휩싸일 것이란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 대표 후보들 또한 대체적으로 공감을 보였다. 박용진 의원은 “부정부패와 싸워온 민주당이 부정부패 범죄에 대한 당적 제재를 없애는 것은 안되는 일”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강훈식 후보도 “개정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것이 맞다”며 ‘내로남불’ 지적을 견제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월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을 마치고 당대표 후보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하지만 당헌 개정의 이해당사자로 지목된 이재명 의원은 어불성설로 모호한 입장을 보여 자중지란을 키웠다.

이재명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 개정이)여당일 때는 상관없는 조항인데, 야당일 때는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며 ‘내로남불’·‘방탄 개정’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헌 80조는 7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시절, 야당 때 만든 조항인 것으로 밝혀져 이 의원의 주장은 ‘모순’이란 비판을 샀다.  

게다가 당헌 제80조 3항에는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이미 포함돼 있어, ‘정치보복의 루트’라는 주장은 내로남불·방탄 개정이란 꼬투리를 제공해 분란만 더 키우는 꼴이 됐다.

   
▲ 더불어민주당이 7월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을 열고 당대표 후보를 선출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의원의 어불성설에 박용진 의원은 “여당 됐을 때 다르고 야당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건 또 다른 내로남불”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 민주당 중진인 전해철 의원도 “당헌 개정은 민주당의 혁신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비판에 나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내홍이 재점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헌 80조가 지나치게 가혹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개정하자는 것은 ‘위인설법’으로 적절치 않다”며 “명분 없는 개정은 계파 갈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당헌 개정이 내홍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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