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면은 경제와 민생 쪽에 방점을 두고 했다'고 말했다. 그대로 이해하면 좋겠다."
12일 윤 대통령이 결정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 답변한 내용이다.
경제인 위주로 사면하고 정치인들을 결국 제외한 이번 사면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 엇갈리는 애기들이 나오고 있다.
1년만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오직 국민 뜻'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국민 여론을 의식해 최소한의 특별사면에 그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권의 관심을 받았던 유력 인사들 전부 이번 사면 대상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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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좌)미디어펜, (우)대통령실 제공 |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인 제외' 방침에 대해 "이번 사면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디딤돌이 되지 못한 만큼 후보 시절부터 국민들에게 강조했던 윤 대통령의 통합과 포용의 정치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또한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을 할 때 정치인을 포함한 게 관례인데 이번에 유독 정치인만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지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이 5년만에 교체된 후 특별사면과 관련해 가장 많은 이목이 집중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은 윤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전 옛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상임고문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나를) 사면 안 해도 좋다"며 지금은 국가 안정과 당의 안정이 제일 필요할 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오 고문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내 사면 문제로 공연히 (국정) 안정에 지장이 간다면 나는 사면 안 해도 좋다"며 "그러니 그 점에 대해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아라"고도 말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대통령실의 또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낮 기자들을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생각한다면 이번만큼은 '나는 사면 안 해도 좋다'며 대국적으로 나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본인으로선 안타까울 수 있지만 정치인 특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지지도)는 지금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정치인 사면까지 했을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사사건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는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정 운영 동력 마련을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국민 뜻에 최대한 맞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 결정은 그러한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다음 특사 시점은 연말 성탄절 또는 연초 3.1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다음 기회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