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면서 남한 새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시기, 수위, 비난주체의 급에서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대북정책이 그렇듯이 담대한 구상의 성패도 북한의 수용 여부에 달린 만큼 ‘김여정 담화’는 초기에 정책 자체를 좌초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 배경에는 ▲핵보유국 인정 및 지속적인 무기개발 계획과 함께 ▲더 이상 남한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어보인다.
김 부부장 담화의 핵심 구절은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다.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과 바꿔보겠다는 발상이 정말 천진스럽다”라면서 “담대한 구상으로도 안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릴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의 주요 내용은 핵은 국체로서 흥정의 대상이 아니고, 핵은 남북한의 문제도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면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비핵·개방·3000’의 복사물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는 없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정부는 담대한 구상을 설명하면서 지난 2018~2019년 남북 및 북미 대화 테이블에 상정됐던 유엔 대북제재 일부 해제,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포함해 대북 쌀 지원 등 경제협력을 밝혔다. 다만 이 모든 것은 북한이 비핵화 전환을 결심하고 협상에 응할 때로 전제가 붙어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런 담대한 구상 발표 초기부터 거부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한 전략무기 개발이 완성되지 않아 아직 협상에 나설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대남 핵선제공격 위협을 한 것에 이어 비핵화는 남북관계에서 논의될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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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 연설했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2022.8.11./사진=뉴스1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김여정 담화는 초기에 담대한 구상 자체를 무력화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완전한 주도권 장악, 남한을 흔들어 한미공조에 대한 보복성 대응, 공세적인 향후 전략무기개발 행보를 위한 것”이라면서 “단순히 새정부에 대한 기선제압용이 아닌 향후 지속적인 대남정책 기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김여정 담화’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27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연설에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고, 윤석열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의 연속선상에 있다. 홍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비핵화’ 의제가 남북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핵은 북미 사이의 협상 의제라는 설정을 거칠게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며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판돈을 더 대면 우리의 핵을 어째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부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에게 보내줄 것은 쓰거운 경멸뿐”이라고 했다.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남북관계에서 향후 문제가 될 점들도 짚었다. “더러운 오물 유입”을 언급하며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언급했으며, 한미연합훈련 강행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여건이 조성될 때 북미 간에 할 수 있지만 남한정부에는 대북전단 살포부터 막으라는 요구를 한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담대한 구상에는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지만 김정은정권은 경제력에서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남한과 대화와 교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통계청이 2020년 12월 28일 발표한 ’2020 북한의 통계지표‘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국민총생산(GDP)은 35조3000억원으로 남한(1919조원)의 1.8%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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