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비난담화를 낸 이후 북한 선전매체들이 비난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22일 “한미연합군사연습을 펼치면서 경제적 지원을 미끼로 손을 내미는 행위는 담대한 구상은커녕 협박이나 조롱에 가까운 화전양면전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남한 각계의 반응을 인용하는 식으로 “담대한 구상이 14년 전 이명박정권의 ‘비핵·개방·3000’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통일신보는 이날 리경식 남조선 문제 전문가의 주장을 담아 “민족 화해의 장애물에 대한 초보적 문제부터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담대한 구상이 발표된 다음 날 미국과 야합해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는 것으로 그 담대함이 무모한 북침전쟁 도발에 있다는 것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18일자 담화를 내고 “담대한 구상은 가정부터가 잘못됐다. 우리 국체(國體)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다는 발상은 천진스럽고 어린 것”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앞으로도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개한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로드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첫째,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둘째,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북한이 비핵화만 결심해도 협상 초기부터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유엔 대북제재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8일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미수교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초기 단계에 북미관계 정상화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반드시 북미수교를 예상하고 있고, 그 단계가 맨 마지막이 아니라 앞쪽에 둘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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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 연설했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2022.8.11./사진=뉴스1 |
대북제재 일부 해제, 북미수교 등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담긴 대북 보상안은 이전 정부인 문재인정부에서 남북 및 북미 대화 테이블에 올랐던 의제들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선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선 비핵화’ 조건을 꼽을 수 있다.
정부가 밝힌 경제·군사·정치 협력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담대한 구상은 ‘선 비핵화’ 선결조건을 담은 것이어서 북한이 받기 어렵고, 더구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확대 등을 추진한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을 정책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로 해석하고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또한 지금은 시기적으로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을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전략무기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민들에게 발표한 국가과제를 완수했다고 발표하기 전 국정 방향을 바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20일 미국의소리 방송 보도에서 “북한은 대화를 언제, 어디서, 무엇에 관해 할지 (사전에) 결정해왔다”면서 “지금은 5년만에 재개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도발의 포석을 깔아놓기에 최적의 시기이다. 김여정 담화도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역할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식에서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 ‘담대한 구상’으로 공개했다. ‘계획’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겠지만 지금으로선 담론 수준을 얼개를 맞춘 ‘구상’으로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선 비핵화’ 조건을 수용한 적이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제 북한이 진행 중인 전략무기개발 계획은 7차 핵실험으로 완결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가 끝나고,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으로선 북한이 시동을 걸고 있는 한반도 긴장수위가 최고점을 찍기 전 그 흐름을 바꿀 변수를 찾기란 힘들어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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