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전기료, 7월 부 3.2배↑…연료 배급제 실시
에너지 공급망 중요성↑…산업부 "원전 발전 비중 33%"
기시다 일본 총리, 차세대형 혁신 원자로 개발·건설 지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잠가라, 밸브"

러시아가 유럽 지역으로의 가스관을 폐쇄해 독일·프랑스 등 유럽 연합(EU) 회원국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 구조)에 입각한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던 EU 회원국들은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났음을 인지하고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 한국과 일본은 원전 가동률을 높여 에너지 난(亂)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2009년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가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대표이사의 보고를 받고 "우크라이나로의 가스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있다./사진=KBS 뉴스 캡처

1일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서는 기존 1킬로와트시(kWh)당 9센트였던 전기료가 지난 7월부터 29센트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3.2배나 오른 셈이다. 가스 역시 3배 가량 요금이 올라 샤워를 할 때도 온수를 쓰기 겁난다는 이들이 늘었다는 전언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전기와 가스 사용 한도를 주택 면적에 따라서 정해두고, 기준치 이상으로 쓸 경우 범칙금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연료 배급제가 이뤄지는 셈이다. 

독일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무·쇼핑 공간 내 에어컨 온도를 27도 이하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뮌헨시에서는 교통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가 아닐 경우 신호등을, 베를린 시 당국은 공공 명소의 조명을 껐다. 네덜란드에서는 '샤워 5분 컷'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는 등 EU 각국의 자린고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EU가 친환경을 표방하며 에너지원 중 원전 비중을 줄이고, 러시아로부터의 천연 가스 수입을 적극 확대한 점에서 기인한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독일과 프랑스를 필두로 한 EU는 이를 규탄했다. 유수의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등 대러 제재가 이어졌고, 러시아는 가스관을 잠그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원전 가동률을 제고하려 했으나 강의 수온이 높아져 실패했고, 독일에서는 화력 발전소에서 필요로 하는 석탄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에너지의 무기화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 신한울 원전 1호기와 2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수립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기존 탄소 중립 기조에 에너지 안보를 새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석유·석탄 등 화석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름에 따라 에너지 공급망의 중요성이 과거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신재생 에너지에 치중했던 에너지 믹스 정책을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만드는데, △미래 15년 간 장기 전력 수급 전망 △전력 수요 관리 △발전 및 송·변전 설비 계획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번 계획안은 2036년까지를 적용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과 발전량은 32.8%, 201.7테라와트시(TWh)로 확대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비 9%p 가량 높아진 셈이다.

반면 신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축소된다. 액화 천연 가스(LNG)와 석탄의 비중은 각각 20% 내외로 축소할 방침이다. 사실상 '탈 탈원전'을 천명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10.5기가와트(GW)를 생산하는 원전 12기를 가동 연한에 따라 영구 폐쇄하기로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전면 백지화 했다.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는 2025년까지 가동에 들어가고, 문재인 정권 시절 공사를 멈춘 신한울 3·4호기도 2032~2033년 중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총리대신./사진=자유민주당 홈페이지

일본 정부 역시 에너지 믹스에 실패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난을 겪고 있어 원전 산업에 다시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은 러시아산 천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연간 9% 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지난달 24일 차세대형 혁신 원자로 개발·건설 검토를 언급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발생 직후 일본에서는 원전은 사실상 금기어로 통했다. 기존 원전은 문을 닫았고, 새로 짓는 것도 중단 수순을 밟아나갔으며 원전의 에너지 발전 비중은 25%에서 4%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비하면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원전으로의 완전 복귀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2015년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 점검을 거쳐 원전 10기의 재가동이 시작됐고, 현재 심사에는 합격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지 못했거나 안전 대책 공사가 늦어져 아직 재가동하지 않은 원자로는 7기다. 

일본 정부는 이들 7기를 내년 이후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아울러 최장 60년인 원전 운전 기간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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