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가 민관협의회를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한 첫 전범기업 국내자산 현금화 결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민관협을 추진하면서 일본기업에 대한 현금화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조속한 해결을 강조해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기업인 미쓰비시가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에 불복해서 낸 재항고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3부의 주심 김재형 대법관의 퇴임이 2일로 예정되면서 현금화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상표권 2건의 특별현금화명령에 대한 미쓰비시 측 재항고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 사건은 주심과 대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의 의견일치가 필요하고, 합의하지 못할 경우 14명의 대법관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므로 김 대법관의 퇴임이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조속한 해결을 강조하며 출범시킨 민관협의회 회의가 2차례 열린 이후 피해자측이 불참하는 등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여기에 이전과 달리 한일 외교당국간 소통이 빈번한데도 일본측에서 우리가 수차례 요구한 ‘호응 조치’에 대한 반응이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 18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일본측에 성의있는 호응조치를 당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박 장관은 강제징용 판결 현금화 조치 이전 해결 방안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지난달 4일 하야시 외무상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담에서 다시 만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측의 성실한 호응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도 26일 일본 외무성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합일 협의를 가진 뒤 일본도 문제 해결을 위한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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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 오후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나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7.18./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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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피해자측이 불참한 가운데 9일 열린 민관협의회 3차 회의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참석자들은 ‘일본의 호응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측은 한국의 선 해법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대법원의 현금화 조치와 함께 나올 정부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정부가 배상금을 대신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대위변제 해결이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본측의 진심어린 사죄나 사후 정산에 대한 약속이 담보되어야 한다. 피해자측은 일본기업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측에서 관련한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박진 장관이 2일 전격 피해자측을 만나기로 했다. 외교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박 장관은 2일 광주를 방문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에 따른 일본제철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면담한다.
한편, 외교부는 조만간 강제징용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차 민관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제4차 민관협의회는 조만간 개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어 현금화 결정과 관련해 “재판부 또는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서 외교부를 포함한 우리 행정부로서는 판결의 시기나 내용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자 한다. 말씀 또한 삼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와 상관없이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로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일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한일 간 소통 등 외교적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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