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 산업군에 대한 ESG 경영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에도 탄소 중립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신수종 사업을 전개하며 친환경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총 영업이익은 12조3203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 3조9783억 원(전년비 249%↑), GS칼텍스 3조2133억 원(218%↑), 에쓰오일 3조539억 원(154%↑),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 원(206%↑) 등의 순이다.

이처럼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정유업계는 신 성장 동력을 찾아나서고 있다. 환경·사회·지배 구조(ESG)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정유사들은 친환경 연료·2차전지·UAM 사업 등에 잔출하며 '탈 정유'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충남 대산에는 1만 제곱 미터 규모의 부지에 연산 13만 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 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4년까지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는 연산 50만 톤 수준의 식물성 오일(HVO)을 생산하도록 바꾼다는 입장이다.

이어 HVO를 활용해 바이오 항공유 양산에 나서 관련 시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는 대한항공과 지속 가능한 연료(SAF) 도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현대오일뱅크는 덴마크 할도 톱소(Haldor topsoe)와 친환경 연료인 이퓨얼(E-Fuel) 연구·개발(R&D)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수소 연료 전지 기반 자동차에 필요한 고순도 수소 연료도 생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1일 '2022년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통해 '비욘드 넷제로' 전략을 언급했다. 이는 온실 가스 발생량 제로화에 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바이오 항공유 △전기차 배터리 △플라스틱 재활용 △배터리 금속 회수·재사용 등 친환경·저탄소 사업을 늘려나간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50년까지 약 1억 톤 넘는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SK이노베이션 계열은 '넷제로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집약도'를 기준 연도인 2019년 대비 90% 이상 감축하겠다고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그룹 Ⅲ 생산과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기절연유로 쓰이며, 자동차 탄소 배출 저감에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1995년 고급 윤활기유 브랜드 '유베이스'로 만든 고효율 엔진 오일 SK ZIC는 연간 약 14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여 미국·유럽 등 환경 규제 수준이 높은 선진국에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글로벌 탄소 중립 대열에 동참하고자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제주항공·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파블로에어·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 등과는 도심 항공 교통(UAM) 사업 컨소시엄을 이뤘다.

이 사업에서 GS칼텍스는 자사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UAM이 뜨고 내릴 수 있도록 버티포트를 구축한다. 주유소는 안전 사고 방지 차원에서 개방된 공간에 설치돼 있어 비행체의 이착륙에도 적합한 공간이라는 판단 아래서다.

GS칼텍스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바이오매스(Non-GMO)·미생물(Non-LMO)을 활용한 2,3-부탄다이올(2,3-BDO) 친환경 생산 공정을 개발해 2019년부터 생산·판매하고 있다. 2,3-부탄다이올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인체 친화적 천연 물질로, 보습·항염 효과·효능 물질 분산력·피부 사용감 등이 뛰어나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 국내외 화장품 회사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