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교통사고로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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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전경./사진=미디어펜 DB |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월 자신의 모친 B씨를 피보험자로 현대해상 보험에 가입하면서 교통상해·사망 특약도 들었다. 계약에는 교통상해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고, 고의로 자신을 해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B씨는 2017년 9월 운전 중 고양이를 피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B씨는 구조될 때까지 차에 갇혀있었다. 병원에 옮겨진 B씨는 뇌진탕 등으로 10일간 입원했다.
퇴원 이후가 문제였다. B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입원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비 오는 날 몸이 떨린다거나 자다가 이상행동을 하는 등 증상을 호소했다.
재입원을 고려하던 중 B씨의 남편도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고 B씨는 남편을 간호하다 병원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현대해상에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 지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해상은 B씨가 심신상실에 이를 정도의 정신질환은 없었다며 사망과 우울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은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통사고로 우울증이 생기긴 했지만, 사망에 이르게 된 건 B씨 자유 의지에 따른 행동이지 우울증과는 관계가 없다고 봤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B씨가 교통사고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앓게 됐고,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의 교통사고나 비 오는 날씨 등 사고 당일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B씨가 사고 이전에는 정신질환을 겪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B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추단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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