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난달 23일 미국 출장에 나섰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귀국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 출장 중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조지아 등을 두루 오가며 현지 인사들과 IRA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어려운 난제가 발생하면 직접 나서 해답을 찾아온 정의선 회장이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기 때문이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약 2주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지난 3일 오후 늦게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올해 들어 네번째 미국 출장이지만, 이번처럼 오래 머무른 것은 이레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 정부의 IRA 조치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IRA를 통해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했다. 국내 공장에서 아이오닉5와 EV6 등을 전량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로선 수익성 타격은 물론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뉴욕과 조지아, LA, 보스턴 등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첫 출국 장소로 워싱턴 D.C가 지목됐지만, 한국 정부 합동 대표단이 이미 워싱턴 워싱턴DC를 찾는다는 점을 고려해 이 지역 일정을 제외했다.
대신 정의선 회장은 뉴욕·LA 등 그룹 내외부 인사들을 만나 미국 내 현대차·기아 전기차 반응 등을 전해듣고 IRA 대응 및 향후 계획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는 향후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이 세워질 조지아주에도 들러 현지 주정부 관계자들과 IRA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이번 출장과 맞물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 시점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0월로 앞당겨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착공과 완공 모두 6개월 정도 빨라진다. 또한 공장이 완공되는 첫날부터 바로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끔 '퀵스타트'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정의선 회장의 미국행에 아쉬움이 남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간의 법률문제로 경영활동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직접 해답을 만들어냈던 정의선 회장이지만 이번만큼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IRA를 시행한 것은 전기차시대에 중심이 되기 위한 조치다. 전기차 분야의 선구자로 테슬라가 자리잡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이점을 놓칠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국의 브랜드들이 전기차시장에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조치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IRA는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나아가 향후에는 중국산 원자재를 일정비율 이하로 사용해 전기차를 제작했을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지만 이런 피해는 글로벌 모든 브랜드가 입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기차시대를 맞이해 빠르게 성장중이던 한국입장에서는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같은 규제를 시행한 것은 정치적인 면도 있지만,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판매되야 된 다는 것이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테슬라가 시장에서 선전하고, 향후 업계의 기술력이 저변 확대되면, 그 뒤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만드는 것이 이번 미국의 IRA다. 전기차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시장환경에서 시장 선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드 인지로를 쌓는 것과 동시에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IRA로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한국의 자동차들은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아이오닉5와 EV6가 이미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중했지만 가격이 비싸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전기차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미국이외에도 유럽과 인도, 중국등 큰 시장에서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적으로 낙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력확보와 판매전략이 절실해 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에서 미래차 일감에 대한 양사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미국시장의 상징성은 크지만 유일한 판매처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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