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방위산업체들이 내놓은 무기들이 유럽 등 선진 대륙까지 진출해 소위 'K-방산'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방위산업 수출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11일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방위산업 수출 액수는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8000억 원)를 넘어 지난해 나온 기존 최고 기록인 70억 달러(약 9조6000억 원)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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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9 자주곡사포/사진=한화디펜스 제공 |
이 같은 기록 행진은 폴란드 덕이다.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 7월 현대로템·한화디펜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기업들과 무기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 정부는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3개 편대 48기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총 148억 달러(약 20조4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이 가운데 1차 물량으로 지난달 26일 K2 전차 180대와 K-9 자주포 212문의 이행 계약이 맺어졌고 이 분량만 해도 57억6000만 달러(약 7조9000억 원)에 육박한다.
방사청과 관련 기업들은 추석 이후 조만간 폴란드 측과 차기 계약을 맺어 2차 물량을 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를 지원함에 따라 전력 공백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미국 항공기와 독일 전차 도입을 고려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폴란드가 한국을 그저 가격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K-방산의 저력은 역설적이게도 일정 부분 북한과 대치 중인 안보 현실에서 나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선진국들은 최첨단 무기에 집중했다. 한편 한국은 전차·자주포와 같이 실전에 바로 투입해야 할 재래식 무기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한 생산 능력과 저렴한 단가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등 실전에서 성능이 검증됐다. 이 같은 점이 다른 나라 무기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절대적 비교 우위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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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거리·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포대/사진=방위사업청 |
폴란드 외에 한국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의 35억 달러(약 4조8000억 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탄도탄 요격체계는 세계적으로 일부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무기 체계로, UAE로 수출 성사는 해외 방산시장에서 국산 무기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2월에는 이집트에서 K-9 자주포 2조원 대 수출 낭보가 들려왔다. K-9은 폴란드와 이집트뿐만 아니라 터키(280문), 인도(100문), 핀란드(48문), 노르웨이(24문), 에스토니아(18문), 호주(30문) 등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며 지금까지 약 1400문이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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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K-방산은 호주와 노르웨이로 작전 반경을 넓히고자 한다. 한화디펜스의 레드백(Redback) 장갑차가 이달 중 있을 호주의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호주 수출을 위해 호주에서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 이름을 딴 레드백은 호주의 최종 시험 평가에서도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르웨이에서는 K2 전차가 주력 전차(MBT) 사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노르웨이는 K-9 구매 경험이 있다. 10월 중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며, 엄동환 방사청장은 최근 국회에서 "우리 장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K-방산은 '세계 4강'을 노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러시아·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떠올라 방산 산업을 전략 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2021년 세계 방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8%로 8위였고 4위 중국 4.6%, 5위 독일 4.5%, 6위 이탈리아 3.1%, 7위 영국 2.9%로 격차가 촘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16년과 2017∼2021년의 점유율을 비교한 성장세는 한국이 177%다. 2017∼2021년 점유율 상위 25개국 가운데 독보적 1위여서 이 추세라면 4강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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