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최소화 취지…한국, 악영향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오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공식화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에 이어 세 번째 자국생산 조치다. 관련 산업을 영위 중인 우리나라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연합뉴스가 미 블룸버그통신과 현지 소식통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생명공학 분야 중 미국에서 발명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대통령실 제공


백악관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강력한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오는 14일 관련 회의를 열어 같은 날 서명된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광범위한 신규 투자와 지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글로벌 산업은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혁명의 전환점"이라며 "미국은 해외의 원재료와 바이오 생산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고, 생명공학 등 주요 산업의 과거 오프 쇼어링(생산시설 해외이전)은 우리가 중요한 화학 및 제약 성분 같은 재료에 대한 접근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바이오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과거 생명공학 분야의 해외생산을 허용해왔지만, 중국의 첨단 바이오 제조 기반 시설에 대한 의존도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조치인 셈이다.

미 정부의 발언은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본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 효과도 고려됐다. 백악관은 "미국의 산업과 탄탄한 연구 기업을 감안할 때 바이오 경제는 우리 강점이자 엄청난 기회"라며 "생명공학과 바이오 생산 잠재력을 활용함으로써 의약품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생물학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미국의 혁신을 경제적·사회적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해외의 취약한 공급망을 미 전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바이오 제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 산업마저 자국생산을 고집하면서, 한국 정부도 바이오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집중 투자를 하는 와중에 미국 정책으로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제약사로부터의 의약품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만일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 정책에 다른 나라에 위탁하지 말고 자국 생산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긴다면 우리 업계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IRA와 반도체법 등으로 한국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비롯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IRA법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불이익이 예고된 상황이다. 반도체법도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투자하지 못 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IRA법, 반도체법에 이어 바이오 산업까지 한국에 불리한 입법과 정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공급망 관련 보고서를 내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해 6월 백악관은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등 필수광물, 제약 등 4개 분야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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