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 속에 달러화 초강세를 일컫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달러 압력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턱밑까지 치솟으며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저마다 생존 전략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두드러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 자체를 쉬어갈 것을 조언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2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1.20원을 나타내고 있다. 장초반 소폭 하락해 1380원대에 거래됐지만 이내 반등해 1390원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스피에서만 1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13일 하루를 제외하면 이달 내내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코스피 시가 총액 비중 역시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15일 기준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시가총액은 575조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전체 시총이 1892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시총을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비중은 30.39%에 불과하다. 지난 2009년 7월 27일의 30.37% 이후 약 13년 2개월만의 최저치다. 

2020년대 초까지만 해도 40%에 육박했던 코스피 내 외국인 시총 비중은 코로나19 사태와 개인 주식 투자 열풍 등에 2020년 말 36.50%, 2021년 말 33.55%로 내려 앉았다. 올해 들어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둔 지난 1워 24일 34.20%까지 늘었다 다시금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외국인 시총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 시총 비중이 30%를 밑돈 건 지난 2009년 7월 13일(29.29%)이 마지막이었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고물가 압력과 긴축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원화 약세 심화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원·달러 환율 급등이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해 주가를 끌어내리고, 다시 환율 급등을 야기하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셈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킹달러 시대에 수출주 수혜가 기대되지만,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등 전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투자를 쉬고 관망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