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한데 이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의 9.19 군사합의 기념토론회 축사 발언을 비판하는 등 북한 문제를 놓고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모양새이다.
먼저 윤 대통령은 1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 및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교실에서 오직 한 친구에게만 집착하는 학생(student obsessed with only one friend in his classroom : North Korea)”이라고 비유하며 “북한에 대해서만 집착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만남에 대해 ‘정치적인 쇼’라고 해온 사실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은 이번 인터뷰에서 언급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월 24일 외교·안보공약 발표 자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려면 (사전) 접촉을 통해 관계가 진전되는 합의에 도달하고 만나야 하는 것”이라며 “정상이 만나서 ‘앞으로 잘해봅시다’ 이야기하는 것은 정상회담이 아니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쇼”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미중 전략경쟁 속 우리 외교 노선과 관련해 “전 정권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너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한 뒤 “나는 예측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다.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더욱 분명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토론회 서면축사를 통해 퇴임 이후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주제로 한 현안 메시지를 냈다. 최근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령 공포나 7차 핵실험을 예고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8000만 겨레 앞에서 엄숙히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의 약속을 만방에 알렸다”면서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 합의서로 채택해 하늘과 땅, 바다 어디에서든 군사적 위협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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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사진=대통령실·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
또한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남북 간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면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은 윤석열정부를 향한 것도 있지만 자신과 직접 ‘한반도 평화’를 약속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발언이기도 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국민희힘은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9.19 군사합의는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고 평가하며 “제발 도보다리의 미몽에서 깨어나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북한이 남한을 선제 핵타격하겠다고 법에 명시한 마당에 정말 9.19 군사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냐. 연평도에 배치된 우리 해병대원들이 K9 자주포를 배에 싣고 나와서 훈련하는 이 바보짓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는 김여정, 김정은 남매의 눈치만 본 굴욕적인 대북정책과 탈원전정책을 강행했다.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국가의 기본틀을 와해한 것”이라면서 “우리 당은 문재인정권이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에 속아 넘어가 진행됐던 평화 프로세스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외정치에서 국내정치 상황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폄하하는 외신 인터뷰는 자신의 얼굴에 침뱉기”라며 “문재인정부는 북한에 집착한 것이 아니라 북미관계에 집착했고, 비핵평화에 집착했다. 대외관계에서 모호성 전략은 전략 중의 기본이다. 불신관계에 있거나 투명전략이 국익에 반할 경우 모호성 전략의 구사는 동서고금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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