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2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또다시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정부의 자국 중심적인 법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졸속으로 처리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국가들은 이번 법안의 문제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하고 패닉에 빠졌다. 이에 뒤늦게 대응수위를 높이거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21일 귀국한지 3주도 안돼 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출장지는 LA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약 2주간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다시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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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중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면담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이번 출장에서 정의선 회장은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 및 IRA에 대응을 포함한 판매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IRA수정이 불가능한 만큼, 현대차‧기아로서는 일정 기간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핸디캡을 감안한 상태에서 판매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IRA로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지 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지만 서서히 감소하는 판매량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차량 가격이 해외 브랜드보다 저렴해 보조금을 받지 못해도 가격경쟁력이 크게 뒤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감상 느껴지는 가격차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정부가 여러 경로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정을 요청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행정부가 IRA 집행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단기간 내에 협의가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IRA 카드를 내민 만큼, 법안의 효과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 사정을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한미 간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답했지만, 미국 정부가 관련 협의에 나서는 시점은 중간선거 이후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미 아웃리치를 해서 될 일이면 유럽이나 일본은 그동안 왜 가만히 있었겠는가"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한 만큼 이때까지는 사실상 IRA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이후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당장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IRA 체제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정의선 회장의 방미 목적은 'IRA 체제 하에서의 미국 판매 전략 수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가 연말까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전기차 모델(21개)에서 현대차·기아 모델은 모두 제외된 상태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한 우리 돈으로 1000만원 이상의 가격 핸디캡을 안고 판매해야 한다. 현지에서 생산된 동급 전기차 모델들과의 경쟁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차 가격이 역전되는 경우도 발생 할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신차 효과가 한창인 가운데 6개월 이상 판매 차질이 빚어진다면 향후 IRA 수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판매 재개는 힘들다.
판매 차질이 장기화되면 현지 딜러망 관리도 힘들어진다. 미국과 같은 거대 시장에서는 딜러망 관리도 판매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불확실성 증대로 딜러들이 이탈해버리면 딜러망을 복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 이전까지 임시방편으로 기존 앨라배마(현대차)‧조지아공장(기아)의 라인 전환이나 최종 조립만 미국에서 하는 넉다운(Knock Down) 방식 등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설비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연내 적용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판매 방어를 위해 판매 프로모션과 딜러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IRA 조정 등의 변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딜러망을 유지하고 판매 공백을 메워야 한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을 5대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해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한 상태지만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는 마케팅 전략 변화는 정의선 회장의 의사결정이 필요할 만한 사안이다. 정 회장의 이번 방미도 이같은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IRA가 내년 이후에도 조정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단기 방편으로는 프로모션‧인센티브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면서 "정의선 회장이 현지 상황을 살펴보고 가장 적절한 수준의 판매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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