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고용·노동 법률의 과도한 형벌 부과로 기업인 전과자 양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형벌 위주의 처벌이 기업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근로자나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 26일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 34건 및 고용이나 복지·안전과 관계된 타부처 법률 3건 등 총 37건의 법률에 담긴 형사처벌 조항들을 분석한 결과, 총 432개 행위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벌을 부과하며 432건 중 64.8%인 280건은 사업주나 사용자를 처벌대상으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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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37개 법률 중 사업주(사용자 포함)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항목이 1건 이상인 법률은 총 24건이다. 이 중 최저임금법 등 8개 법률은 형사처벌항목 42건 모두 사업주가 처벌대상이다. 그 외에 형사처벌항목 중 처벌대상을 사업주로 하는 비중이 높은 법률은 근로기준법 93.2%(73건 중 68건), 임금채권보장법 92.3%(13건 중 12건), 산업안전보건법 92.0%(88건 중 81건) 순이다. 형사처벌항목 건수가 가장 많은 법률은 산업안전보건법(88건)이고, 근로기준법(73건)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이나 개인이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 관련 이슈로 받게 되는 처벌들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징역은 평균 2.8년, 벌금은 평균 2740만 원으로 나타났다. 벌금형 중 가장 높은 액수는 10억 원(중대재해처벌법상 사망사고 발생)이며, 징역은 10년형(고용정책기본법이나 임금채권보장법의 개인정보보호 의무 위반)이 가장 높다.
형사처벌항목 중 행위자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항목은 397건으로 전체 432건의 91.9%에 달한다. 양벌규정은 통상 법 위반자에게 부과한 벌금과 동일한 금액을 법인에 부과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위반자 벌금의 5~10배를 법인·기관에 양벌로 부과한다.
양벌규정에서 위헌소지도 발견된다. 2007년 헌법재판소는 ‘면책규정 없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이후 양벌규정에 단서조항을 넣는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저임금법 양벌규정 제30조는 미개정 상태다.
고용·노동관련 법에서는 행위자의 위법행위 처벌에 △징역과 벌금을 병과하거나, △형벌(징역 또는 벌금)에 수강명령을 함께 부과하거나, △기존 형벌에 1/2를 가중하거나, △형벌과 별도로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항들이 있어 더욱 무거운 형량이 부과될 수 있다.
노동·고용 관련 법제의 특성상,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처벌항목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보다 형량이 과중하거나, 행정기관이 규제목적 달성을 위해 형벌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 등은 피해자나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혜택 없이, 불필요하게 전과자만 양산할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과중한 형벌 위주의 처벌은 일자리 창출, 고용유지 등 기업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 작업을 하는 만큼, 근로자나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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