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산업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파업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조업 중단 등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 재계 등에서는 이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집단적 노사관계법제의 현대화를 통해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정 교수에게 의뢰한 '불법파업·파행적 집단행동의 폐해 및 이에 대한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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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행진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선 보고서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집단적으로 근로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정상적인 업무의 운영을 저해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노조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나 재물손괴를 동반한 불법행위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사업장 점거, 공공시설 점거, 봉쇄·물류방해 등 업무방해, 고공농성, 폭행·재물손괴 등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현행 노동법은 1953년 당시 집단적·획일적 공장 근로를 전제로 설계된 전근대적인 규범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하게 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봤다. 이에 형평의 원칙(무기대등 원칙)에 입각해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형벌규정을 삭제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적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체계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점거에 대해 병존적·부분적 점거는 허용하되 전면적·배타적 점거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종전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그러나 양자를 구분하기 애매하고, 병존적·부분적 점거라 하더라도 쟁의행위 과정에서 점점 과격화돼 조업을 방해하고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장 점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은 사용자의 재산권, 점유권, 영업의 자유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직장점거 자체를 위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대체근로 허용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 사용자는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하거나 또는 도급·하도급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근로자의 쟁의행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있으나, 이는 노사간의 무기대응 원칙에 위배되며 사용자의 최소한의 조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서 사용자가 최소한의 조업을 할 수 있도록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의 삭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동조합법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의 가해자로 설정하고 형사적 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는 사용자를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할 뿐 아니라, 처벌만으로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본질적 구제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처벌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는 최근 대우해양조선 사태를 계기로 파업손실에 대한 손배소(손해배상소송)·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 이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무리한 법 해석으로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며 “단체행동권 또한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기본권 행사라는 명목하에 명백한 불법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기존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입법으로, 비교법적으로도 이러한 입법의 유래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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