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확대 등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내수·수출이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하반기 판매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상쇄되는 모습이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실적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원·달러 환율의 환차익에 따른 상쇄가 예상돼 전기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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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9월 내수 판매실적은 총 11만3656대로 전년 동월대비 23.8% 늘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5만691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29.8% 플러스 성장했다. 기아는 국내 판매량이 11.8% 늘어 4만9대를 기록했다. 쌍용자동차도 신차 토레스 효과로 내수 판매가 98.9% 증가한 7675대를 기록했다. 올해 최대 판매량이다.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는 5050대로 전년 동월대비 14.7% 늘었고, 한국지엠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4012대로 전년 동월대비 3.6% 증가했다. 전년 동월과 견줘 플러스 성장했지만 판매량과 증가폭은 완성차 5사 중 가장 적었다.
이와 더불어 해외판매(수출 및 해외 현지생산판매)는 5사 모두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현대차의 9월 해외 판매량은 23.4% 증가한 29만8130대였으며, 기아는 10.9% 증가한 20만9137대를 기록했다. 쌍용차의 9월 수출은 74.4% 증가한 3647대를 기록했다. 토레스가 칠레 등 중남미 지역으로 본격적으로 선적을 시작해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코리아의 수출은 34.1% 증가한 1만3872대가 팔렸다.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가 1만1730대를 기록한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7163대로 전체의 61%를 점했다. QM6(수출명 르노 꼴레오스)도 전년 대비 78.2% 증가한 2060대가 선적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또 한국지엠의 지난달 수출량은 2만 41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06.6%를 나타냈다. 중견 3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동일한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는 뷰익 앙코르 GX와 총 1만4818대가 수출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한편 현대차·기아의 9월 국내시장 점유율은 85.3%로 전년 동월(86.8%)와 비교해 1.5%p 감소했다. 이 기간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의 점유율은 14.7%로 전년 동월(13.2%) 보다 늘었다.
문제는 IRA가 시행된 하반기 실적이다. 타브랜드의 경우 내연기관 모델을 주로 수출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친환경차 대표주자인 전기차 판매에 직격탄이 예고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현지 전기차 판매 전략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연식변경 모델을 조기에 출시해 판매 가격(MSRP)을 조정하거나, 아이오닉6 등 추가 모델의 출시 시점을 변경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다.
다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현대차는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해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는 미국에 판매된 전기차와 국내와의 가격 역차별을 우려해 당분간 현대차의 미국 판매 전기차 가격 조정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편의 장비를 덜어낸, 이른바 엔트리급 모델을 확대해 시장에 대응할 가능성은 있다.
이와 함께 판매 성과보수, 즉 유동성이 큰 인센티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센티브는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상대적으로 유동적이다. 매달 재고와 판매 실적 등에 따라 현대차와 현지 딜러사가 조율해 책정한다. 인센티브 확대가 사실상 가격인하 효과를 불러오는 만큼, 당분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넉넉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수 있을 만큼 원·달러 환율도 현대차그룹에 유리하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가 미국 판매를 시작한 지난 1월 기준 환율(1200원대 초반)과 비교하면 약 17~19% 가격 인상 효과가 생긴 상태다. 환차익이 커지면서 현지에서 전기차 성과보수를 그만큼 확대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2021년 평균 대비 15% 올라 테슬라 차량과는 1만5000~2만 달러 가격 차이가 난다. 보조금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완성차 보조금 격차인 3750달러는 원화 약세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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