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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본방 사수는 못했지만 재방송으로나마 한 편의 다큐를 만나 몰입했고 감동했다. 또한 KBS라는 전통 미디를 포함해 지금 곤란을 겪고 있는 모든 뉴스와 언론, 저널리즘의 가능성과 한계를 체크하는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이 고마운 체험은 KBS1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둔 18일 내보낸 '다큐공감' <버클리음대 김치국 교수의 특별한 영국여행>이다. 5월 10일 일요일 오후에는 재방송이 있었다. 이 콘텐츠는 그 동안 수신료 인상 등을 두고 말도 많았던 KBS에 대한 켜켜이 쌓인 못 미더움을 상당 부분 날려 보냈을 정도였다. 우선 2년 만에 이어 만든 역작이었다.
같은 KBS 1 TV ' 다큐 공감에서 2013년 4월 16일 <버클리 음대 천재 작곡가 김치국 교수의 감동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첫 방송을 했다. 그 때는 시각 장애인으로서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 음악교육의 중심이라는 미국 버클리 음대 교수가 된 한국인 김치국 교수를 소개하는 인간극장 풍의 휴먼 다큐 교양물로서 자족했다. 2년 전 당시 이 첫 다큐가 방송되었을 때는 KBS의 자평대로 미국 버클리음대 김치국 교수가 국내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는 것만으로 미디어의 소임을 다했다.
이름도 독특한 그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29세의 나이에 세계적 명문 음대의 최연소 교수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다큐에 담아야 할 스토리가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닌 그는 장애인학교에서의 제한된 교육 기회 밖에 없는 국내 교육환경에 한계를 느끼고 미국으로 건너가 분투한 연대기. 김교수는 언어장벽과 시각장애라는 이중 장애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남다른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본래 KBS다운 휴먼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일반적 전형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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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1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둔 18일 내보낸 '다큐공감' <버클리음대 김치국 교수의 특별한 영국여행>. /사진=KBS 캡처 |
이후 2년 만에 다시 동일한 소재로 돌아온 김치국 교수 2탄은 한층 더 가치가 오른 혁신성과 창조성이 듬뿍 묻어날 정도로 발전했고 만듦새는 물론 저널리즘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났다.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대상 김치국 교수의 성장과 성취 발전에 미디어가 기여하고 동반했다는 점이다. 볼품없었고 참으로 약한 한 사람과 어느새 사양 산업 속으로 몸이 빨려들어간 고루하고 늙은 용, 한국의 국가기간방송 올드미디어가 함께 세상 바꾸기를 실험하고 실현해낸 사례가 나와 주었다.
김치국교수는 2013년 KBS 첫 방송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든든한 우군을 얻어 사상 최초라는 세계 시각 장애인 음악 컨퍼런스 키노트 스피커로 초청받아 더 많은 협력자들과 손잡고 아주 요긴한 기술 정보를 취할 수 있었다. KBS는 이른바 원 포인트 프로그램으로 한 번 쯤 다루고 흘려보내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영국 런던대학에서 열린 의미 있는 글로벌 컨퍼런스 무대에 오른 김치국 교수의 성취와 버클리 음대에서 우수 교수상을 받은 업적을 밀착했고 기어이 담아냈다.
김치국 교수는 16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음대에서 작곡을, 뉴욕주립대에서 음악제작테크놀로지를 전공했다. 28세에 최연소로 버클이 음대 교수가 되었고 2013년 KBS 다큐로 더 많이 알려진 이후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온 20여명의 시각장애 음악영재들이 그에게 음악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다. 김 교수에게 작곡, 편곡, 녹음, 믹싱 등 실용음악의 전 과정을 배우고 졸업한 학생들은 미국 전역에서 연주자나 실용음악 전문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버클리음대 로저 브라운 총장은 김 교수를 헨렌 켈러의 스승 설리반에 비유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각장애인들에게 실용음악 분야 모든 과정을 가르치는 그의 강의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키고 장애의 벽을 허무는 ‘기적의 인큐베이터’로 불린다. 이윽고 교수 임용 5년 뒤, KBS 첫 방송 2년 후 버클리음대 교수들 중 가장 창조적인 학술연구와 교육과정 개발에 공헌한 교수에게 주는 '창조적 학술공헌 교수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멋진 성취와 발전 한 바퀴를 KBS라는 미디어가 견인해냈다는 점이 신통할 정도로 벅차고 값지게 다가온다. 이게 바로 뉴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다. 다름 아닌 실행하고 실천하고 현장 변화에 작용할 줄 아는 액티브 저널리즘, 즉 능동적 언론참여 활동이라는 서광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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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1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둔 18일 내보낸 '다큐공감' <버클리음대 김치국 교수의 특별한 영국여행>. /사진=KBS 캡처 |
더구나 기자와 다큐 PD 등 언론인이 현장과 상황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알리는 후불제 뉴스 서비스 형태 저널리즘 행위가 지금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기에 이번 KBS의 김치국 교수 다큐 연작은 아주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동안 뉴스와 언론은 자칭 거대한 멘토로서 높은 지위에 연연해왔다. 계도와 계몽주의적 인식과 기득권을 붙들고서 뭘 잘 모르는 아둔한 대중을 상대로 늘 보여주고 가르치고 쥐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져 왔었다. 이처럼 무엇을 취재하고 알린다는 보도 중심 뉴스는 기껏해야 ‘데이터-정보-지식-지혜’가 한 데 담긴 언론 콘텐츠 상품 전달까지만 임무를 완수할 뿐이었다.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독자와 시청자 이용자 개인과 집단이 더 이상 단순 스트레이트 속보나 알림이라는 게시판 콘셉트 언론 뉴스를 추종하지 않는다. 더 깊숙하고 향상된 무언가 숨은 진주, 은밀하게 전해오는 희소한 스토리를 챙겨주는 미디어라야 진지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환경변화에 비추어 보면 김치국 교수 다큐는 분명 굵고 강력한 서사 장편으로서 기능했다. 2년 이상을 탐사했고 취재 대상 개인의 발전과 확장을 함께 했고 시청자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넘어서는 교감과 동참을 선사해주었다.
교감과 동참은 무엇이냐 하면 2014년 허덕이는 전 세계 언론에게 헌정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핵심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와 같은 개념이다. 미디어와 독자 상호관계로서 강조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는 1차적으로는 독자가 신문 등 매체를 통해 뭔가 참여하는 시스템을 말하지만 더 넓게는 미디어도 독자도 함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멋진 신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공동 역사를 가리킨다.
KBS 다큐 공감 김치국 교수 편이 그 역할을 조금씩 해냈다. 김교수는 그 자신 힘으로, KBS는 또 카메라 돌리는 미디어 힘으로 디지털 기술과 장애인 예술과 커뮤니케이션 확장이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함께 가는 참여, 즉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그야말로 수평적이고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해낸 과정이었다.
“저는 이렇게 좋은 방송을 오늘에서야 봤습니다.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늘 정체되어 있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원래 이런 데에 댓글 안다는데 방송 정말 멋졌어요♥♥. 좋은방송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방송 정말 멋졌어요” 이렇게들 올라온 선플 칭찬 찬사만 보더라도 악플 투성이 흉흉한 우리 언론 미디어 동창이 환하게 밝아져 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KBS 노력이라면 수신료 인상도 국민 합의와 지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KBS는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더욱 더 확연한 창조혁신 사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언론과 뉴스 부문 R&D 역할부터 대폭 강화해야 한다.
김치국 교수 뉴스만 해도 KBS 첫 방 2013년에 훨씬 앞선 2010년, 존재도 미미한 우리 동네 매체에서 처음 개시되었다. 보스톤코리아가 알린 ‘시각 장애를 극복한 음악가 김치국 씨 (2010.07.26.)’기사가 첫 단추였다. 이런 지방 소식, 동네 이야기, 오지 전설을 잘 포착하고 모아 중앙 무대에 모셔 오는 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KBS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초야에 반짝이는 사금을 캐듯 뉴스를 발굴하고 끈질기게 현장 속으로 들어가 동참하고 인게이지먼트(engagement)할 수 있는 뉴스 시스템 또는 스토리 생태계 만들기는 전담 전문가가 임하는 언론 뉴스 R&D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스스로 바뀌어야만 김치국 교수가 KBS 다큐를 통해 명사가 되고 책도 내고 후원을 얻어 세계적 등불이 되고 실질적 변화를 창조하고 혁신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선순환 구조가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저널리즘의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
김치국 교수 삼남매는 이름이 모두 재밌다. 김치국 김치네 김치다. 부모님이 김치처럼 어디 가서나 꼭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 한다. 배우 송일국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 이름도 좋지만 영어로 Chi Kim이라 부르는 김치국 교수 이름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느낌이어서 정말 마음에 든다. KBS와 우리 언론 미디어들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실제로 구현되는 뉴스 콘텐츠를 김치 브랜드처럼 새롭게 창조하고 혁신하길 바란다.
Hi, Chi... 라 부르는 김치국교수가 우리 언론에도 큰 서광을 비춰주고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