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 '한반도 핵무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동해 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을 두고 '친일 국방'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는 데 대한 맞불성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보 정책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훈련을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라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다"라며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여권 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론과 결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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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사진=조선중앙통신 |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핵무기는 대칭성을 가진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라며 "핵 깡패’ 김정은이 핵으로 겁박하는데, 우리는 미사일로 싸우겠다? 순진한 생각이자 희망 고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국의 협력을 받아 핵무기를 공유 또는 원용(援用)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사건에 비추어 보면 국제적 우호 협력만으로는 나라를 지키기에 결코 충분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는 여당 내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론'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자체 핵 무기 개발을 통해 '독자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매우 중요한 기본 원칙이긴 합니다만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질서도, 한반도 안보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수십 년 전 체결된 합의문을 신줏단지 모시듯 해서는 답이 없다"라며 "합의는 상호 존중되고 지켜질 때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합의한 것도 한반도 비핵화이지 남한의 비핵화가 아니다. 이미 북한이 핵을 가진 이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은 파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처럼 여권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한반도 핵무장을 둘러싼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우리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잘 경청하고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한반도 핵무장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 핵을 들여오는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핵보유'를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는데, 이것 자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과연 '전술핵 재배치'가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가능성이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라고 일축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술핵 재배치는) 가능성이 없고 적절하지 않다"라며 "미사일 투발수단을 꼭 한반도에 안 갖다 놓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확장억제정책을 강화하면 되는 것"이라며 "굳이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에 비핵화하라고 요구할 명분도 없어지는 것이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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