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폴란드의 첫 원자력발전소 사업자에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되며 수주전을 벌여온 한국이 고배를 마시게 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한 뒤 자국의 원전 프로젝트에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의 첫 원전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폴란드 원전 프로젝트는 6∼9GW(기가와트)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프랑스) 3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고조하는 가운데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 그간 수주에 공을 들여온 폴란드 원전이 안보 논리에 의해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폴란드 원전 사업을 포함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일찌감치 세웠던 만큼 민·관이 힘을 모아 더 기민하고 촘촘한 전략을 세워 대응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경쟁자인 한수원을 견제하려고 미국에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국전력과 한수원의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에 자사 기술이 쓰였다며 수출제한을 해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한수원 모두 소송 건을 폴란드 현지매체 기사를 통해 처음 접하는 등 원전 수주전 대응 전략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의도를 놓고도 산업부·한전·한수원 모두 민감한 사안이라는 입장으로 대외적으로 공식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업계는 한국이 한미 원자력협정에 기초해 웨스팅하우스와 폴란드 원전 사업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세계 1위 원전기업이었으나 1979년 미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지지부진해 현재 독자적인 원전 시공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원전 디자인의 표준화와 단순화 측면이나 한 장소에 같은 설계의 원전을 여럿 건설하는 기술력 면에서 저비용·고효율의 원전 건설 경험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폴란드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은 오는 31일 서울에서 폴란드전력공사(PGE), 폴란드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과 폴란드 패트누브 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짓는 폴란드 원전 2단계 사업에 대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할 방침이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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