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미 금리차 확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경제·금융당국은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관련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 어느때 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FOMC 주요 결과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전날 북한 도발에 따른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

앞서 연준은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로 올렸다. 지난 6·7·9월에 이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조치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 3.00~3.25%인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4.00%로 올라선 것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래 14년 만이다.

연준이 고강도 통화 긴축에 나선 것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2%를 기록했다.

미국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연 3.0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기준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도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연준은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향후 긴축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금리인상 중단은 “매우 시기상조”라며 최종 금리수준 또한 당초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1분기까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에서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에 부합했다”며 “정책결정문에 금리인상 감속 가능성이 제시됐음에도 파워 의장 발언이 매파(hawkish·통화긴축 선호)적인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최종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고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이며, 과대긴축이 과소긴축보다 수정하기 쉽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물가안정에 대한 미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주요국 환율의 움직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과 자본유출입 등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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