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4월, 5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시기도래를 앞두고 있는 한화생명과 KDB생명의 조기상환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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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흥국생명 |
다만 흥국생명은 콜옵션 행사 시기를 6개월 미룬 것으로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또한 흥국생명의 경영실적과 보험금 지급 등에는 문제가 없다며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연 4.475%의 금리에 5억달러(약 7090억원) 규모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콜옵션 행사일은 발행일로부터 5년 후인 오는 9일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미이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시장은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기일을 사실상의 만기로 여긴다. 콜옵션 행사를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실제 ‘부도’는 아니지만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하고 있다.
당초 흥국생명은 10월 7일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하고 지난 10월말 수요예측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금리가 급등한데다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요예측에 실패했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못하게 됐다.
이번에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면서 금리는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2.472%포인트를 가산해 6.75%로 변경된다. 그런데 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연 12% 안팎의 금리가 적용돼 조기상환보다 연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차환용 신종자본증권 발행없이 기존 영구채를 조기상환할 경우 RBC(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흥국생명의 6월 말 기준 RBC비율은 157.8%로 조기상환을 하게 되면 RBC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 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6개월마다 콜옵션 재행사 기간이 돌아오는데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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