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2~5일 감행한 군사작전을 공개하면서 남한의 울산 앞바다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7일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이번에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사실을 우리측의 주장이라고 치부하고, 지난 2일 우리공군의 공대지미사일 3발 발사에 대응해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까지 우리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순항미사일은 없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울산 앞까지 쏘는데 우리가 정찰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
|
|
▲ 북한 총참모부는 7일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맞대응해 2일~5일 군사작전을 단행해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다고 노동신문을 통해 밝혔다. 2022.11.7./사진=뉴스1
|
사실 비행 중 경로를 바꾸면서 요격과 탐지를 회피하는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느리기 때문에 한미 감시·정찰자산이 이를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같이 주장하는 것은 ‘기만전술’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이번 군사작전의 목적은 내부 결속과 함께 남한 내 불안감 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돼 사이렌이 울린 일도 있다.
현재 해군은 지난 4~6일 NLL 이남 동해상에서 무인 수중탐색기를 이용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했고, 관계기관에서 정밀 분석 중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주장이 맞는지 제시된 좌표계 위치 일대를 수중 수색하면 미사일 잔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인양했을 경우 북한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책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인양했을 때 우리군의 탐지 자체 실패에 대한 국민적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
|
▲ 울산 대왕암 공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수평선에 보이는 배들은 현대중공원과 미포조선소에 수리를 위해 정박한 선박./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북한이 이번에 우리측과 다른 주장을 편 것은 ‘울산 앞바다를 타격한 2발의 순항미사일’뿐 아니라 ‘500대의 각종 전투기 총출동’이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500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적인 총전투 출동작전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군이 탐지한 것은 군용기 항적 180여개였다.
이 밖에 합참은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북한은 이번 군사작전 공개에서 ICBM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총참모부는 “3일 적의 작전지휘 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전투부의 동작 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핵EMP(전자기 펄스) 특수탄두를 시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군당국은 단 분리는 됐지만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으나 이날 최고고도가 1920㎞였다”면서 “북한은 EMP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높은 고도에 올리기 위해 ICBM(화성-15형)을 운송수단으로 이용해 시험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F-35B 전투기 비롯한 한미의 항공기 260여대가 동원된 데다 훈련 연장으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까지 급파된 역대급의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북한은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
|
▲ 미국의 전략무기인 B-1B '랜서' 폭격기. 백조 모습을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랜서 폭격기는 마하 1.2로 비행할 수 있으며 기체 내부에는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까지 적재할 수 있다./사진=공군 홈페이지
|
B-1B는 60t에 가까운 무기를 탑재하고도 최대 속도가 마하 1.25(시속 1530㎞)에다가 최근 대형 해상표적을 800㎞ 밖에서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스텔스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까지 장착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이날 북한이 내놓은 공개 보도에는 자신들의 대응 역량을 과시하면서도 당분간 숨고르기를 하면서 향후 ICBM 발사 및 핵실험 시기를 저울질하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인 오는 29일을 계기로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지금은 북한이 12월 말 개최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기 위해 연말 결산에 들어가야할 시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군사작전 일지를 공개한 것은 한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없는 한 군사적 대응 조치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간접적 메시지”라며 “미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7차 핵실험은 좀 미룰 가능성이 있다. 12월부터 8차 당대회 결산 작업을 진행하고, 올해에도 미사일 성능 개선 등 국방 분야의 최고 달성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