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발 이후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례없는 ‘유동성 파티’가 열렸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약 1년 2개월 만에 2.50%포인트가 상승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게 됐다.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금리 인상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은 고금리 시대를 향해가는 현시점 금융과 산업,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정치권에서 필요한 역할에 대해 가늠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복합위기가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통화긴축 강화 및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축되면서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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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복합위기가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경제 전문가들 및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를 밑돌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전망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경기둔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금융연구원는 세미나를 통해 1.7%로 전망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9%의 전망을 내놨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3%로 2%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2.1%로 전망했지만, 조만간 기존 전망치를 하향해 수정 전망할 예정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2.1%)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기관의 전망대로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가게 되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1%,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8%,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0.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위험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를 떠받들던 수출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액이 급감한 탓인데 당분간 수출 하락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557억 달러)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 전년 대비 3.9% 감소한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수출 통계가 발표된 직후 "글로벌 경기 하강과 중국 봉쇄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전 세계 교역이 둔화하면서 정보기술(IT) 비중이 큰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전망도 어둡다. 3분기 우리나라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쳤다. 1분기 0.6%, 2분기 0.7%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3분기 경제 성장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역성장을 막았다. 하지만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3고 여파 등에 따른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와 고용지표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2개월 연속 상승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가스‧수도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세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에는 8만400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도 지난 6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올해 60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관측했다.
추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도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엄중한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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