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생산 유발효과 2조 4천억 계산, 기관명 'KB' 수차례 오기 등 졸속평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부산시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생산 유발 효과로 2조 4000억원을 추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산은 노조가 해당 연구의 구성·방법·내용 등이 모두 부적정하다며 강력 반발에 나섰다. 

부산 이전에 따른 경제효과 계산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데다,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자료를 임의 가공했다는 평가다.

   
▲ 부산시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생산 유발 효과로 2조 4000억원을 추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산은 노조가 해당 연구의 구성·방법·내용 등이 모두 부적정하다며 강력 반발에 나섰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산은 노조가 입수한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의 'KB산업은행 부산 이전 경제적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은 지방 이전에 따른 부울경 경제적 유발효과는 약 3조 9194억원에 달한다. 생산유발효과가 2조 4076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1조 5118억원이다. 이에 따른 취업유발효과는 3만 6863명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본점 건설에 따른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가 259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035억원, 취업유발효과 1885명으로 각각 산출됐다. 또 산은 본점 운영에 따른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는 2조 1477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조 3981억원, 취업유발효과는 3만 4978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산은이 지난해 공시한 별도재무제표 기준 생산유발효과가 5662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343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각각 1조 8414억원, 1조 1679억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해당 연구는 산은 이전에 따른 산업연관분석으로 지역 경제의 생산유발, 부가가치유발, 고용유발 효과를 분석했으며, 한국은행이 지난 2020년 발표한 '2015년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했다.

이를 두고 산은 노조 측은 "한국은행 고시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해 경제효과 계산을 지나치게 단순화했으며, 다수 연구위원들도 해당 분석법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생산 유발 효과는 '재정투입금액'에 '해당 지역별 생산유발계수'를 곱한 값이다. 하지만 해당 분석자료는 산은의 연간 운영비를 재정투입금으로 가정하고, 부울경지역 생산유발계수를 곱해 효과를 도출했다. 

이어 노조는 "부산 이전에 따른 신규 사옥 건축비를 재정투입금액에 포함하고, 산업은행의 운영비를 과대 계상하는 등 부산이전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자료를 임의 가공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한 신규사옥 건축비와 같은 일성 비용을 투입액에 반영하는 한편, 퇴직급여·감가상각비 등 경제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비용을 '기타경비'에 포함해 공시자료보다 연간 운영비를 과대 계상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실한 분석 내용과 기관명 기재 오류도 노조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참고문헌 7건 중 5건은 공시자료, 나머지 2건도 단순 통계자료다. 12페이지로 구성된 보고서 중 산은에 대한 기본 소개를 제외하면 핵심분량인' 경제적 파급효과' 분량은 5페이지에 불과하다. 또 연구원은 'KDB산업은행'의 명칭을 수차례 'KB산업은행'으로 표기하고, 보고서의 작성자도 기재하지 않았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기관명을 여러 차례 오기하는 등 기본 신뢰도가 매우 떨어지며, 영업자산 250조원·매출액 30조원인 국책은행 이전효과를 분석하기에는 연구 분량 및 참고자료 등이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돼 화제된 바 있다. 부산 지역구 의원인 장제원 국민의힘(부산 사상) 의원은 지난달 12일 서울시 국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 문제에 대해서 반대를 하셨다. 안타깝다"며 "서울 이기주의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또 "오세훈은 전국적 지도자인데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이런 걸 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 부산 이전 땐)부울경 생산 유발효과가 2조 4000억원이고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 5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가 3만 6000명이라는 보고서가 있다"며 "그런데 (산은 부산 이전)이것이 과연 대한민국 서울 일극체제에서 자해행위라고 얘기할 부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오 시장은 "아마 (산은이) 본사를 옮긴다고 해도 기능의 절반 정도는 서울에 남아있지 않을까 저는 판단한다"며 "그런 비효율을 감당하면서 까지 부산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이라고 맞대응한 바 있다.

한편 산은은 내년 1월 정기인사를 통해 부·울·경 지역 근무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산은법이 개정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부·울·경 지역에 인력을 대거 파견해 이전을 순조롭게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노조 측은 해당 지역에 본점 인력 30~40명이 파견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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