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사모채 현금 상환…7월 공모채 이어 두번째
고금리 차환 피하고 차입금 낮춰 재무개선 효과 기대
내년 3900억 채권 만기 대응 위한 유동성 확보 '숙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철도와 방위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맹활약 중인 현대로템이 호실적으로 쌓인 현금으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대란에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다른 기업들과 대조적 행보다.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된 만큼, 고금리 차환을 피하고 현금 상환을 통해 차입 부담을 낮춰가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2022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에 참가한 현대로템의 부스 전경. /사진=현대로템 제공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9일 만기인 250억 원 규모(2년물·금리 3.67%)의 사모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7월에도 1000억 원 규모의 만기 공모채(3년물·금리 2.94%)를 차환하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갚는 등 계속해서 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다른 기업들의 경우 현재 현금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로템의 이 같은 결정은 차환 발행 따른 금리 부담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현대로템이 지난 9일 상환한 사모채(2년물) 금리는 3.67%. 하지만 이를 현 금리로 차환하게 되면 공·사모채 금리 모두 6%를 웃돌아 조달 비용이 약 2배로 늘어난다. 11일 기준 A- 공모채 금리는 6.046%, 사모채는 6.437% 수준이다. 상환이든 차환이든 유동성 감소는 불가피한 만큼, 현금 상환으로 빚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현금 상환 결정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로템은 2020년 1분기 이후 올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떠안은 1400억 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늘린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만 해도 영업이익이 318억31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326억71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424.3% 증가했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보유 현금도 늘었다. 3분기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은 3370억 원으로, 작년 말 3197억 원에서 173억 원 증가했다.

수주 규모도 크게 확대되면서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3분기 말 수주 잔고는 14조4653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4조3000억 원 넘게 늘어났다. 

지난 8월 철도부문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4조4992억 원 규모의 수주를 맺으면서 일감이 대폭 늘었다. 본격 수출이 시작 돼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면 현대로템은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현대로템의 주력사업이 철도분야에서 방산분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는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일감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현대로템의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 8월 폴란드 모롱그 지역 군부대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4조4992억 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계약은 지난 7월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1000대 수출 기본계약의 실행계약이었다. 

현대로템 K2 전차의 폴란드 진출은 한국 정부의 방산 세일즈 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진 폴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서 방산 부문 협력에 대한 논의도 나누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방산 관련 인원 신규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로템은 한국군에 납품하는 K2 전차 3차 양산 분을 지속적으로 생산 중에 있다. 여기에 폴란드 수출 물량이 더해지면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계획에 따라 추가적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해 나가며 철도에 이어 방산분야에서도 맹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늘어나는 현금, 반면 경색된 자금 조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현대로템은 내달 7일과 22일 순차 만기 도래하는 300억 원, 250억 원 규모의 사모채에 대해서도 현금 상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는 보유 현금을 넘어선 총 3900억 원 규모의 공·사모채 만기가 연이어 찾아오는 만큼 이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꾸준한 수주가 이어지며 실적개선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변동금리 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고정비 지출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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