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선언한 모빌리티솔루션제공기업으로서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이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이동수단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뒤 전사적으로 새로운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생태계 구축과 사우디로 철도사업 수주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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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2CES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
20일 관련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방산‧철도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 철도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계약으로 진전될 경우 현대로템은 네옴시티 철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고속철과 전동차, 전기 기관차 등을 공급하게 된다.
네옴시티 사업은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역내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신도시를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신도시는 해안 지역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내륙으로 이어지는 자급자족형 친환경 직선 도시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있는 지름 7km 규모의 팔각형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네옴산 해발 1500~2600m에 자리하는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네옴시티 사업에서 철도 인프라 구축이 집중되는 곳은 '더 라인'이다. 길이는 서울에서 전북 익산까지 거리와 맞먹는 170km에 이르지만 폭은 200m에 불과하고, 높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은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 형태의 도시로, 이곳에 900만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런 형태의 직선형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신속한 이동을 가능토록 하는 교통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네옴 더라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더 라인 끝에서 끝까지 20분 동안 이동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70km의 거리를 20분 내 이동하려면 중간 기착지에 멈추는 요인을 무시하더라도 최소 시속 510km로 달려야 한다. 대규모 여객 수송이 가능한 육상 교통수단 중 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고속철뿐이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도시 중간중간을 잇는 지하철, 트램 등 다양한 철도 인프라가 깔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네옴 프로젝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네옴 신도시 사업과 함께 주목받는 글로벌 신도시 사업인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AAM 생태계 구축에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기존 자바섬에 위치한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영토인 동칼리만탄 내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 중으로, 이 지역 25만6000ha(약 2560㎢)의 산림 등을 개척해 수도로 조성할 예정이다.
1단계로 2024년까지 대통령궁 및 일부 공무원 조직, 주민 50만명 등의 초기 단계 이전을 마무리하고, 2단계로 2035년까지 국가 신수도를 강력한 핵심 영역으로 구축하며, 3단계로 2045년까지 모든 기반 시설 및 생태계를 개발해 세계 일류 도시로 도약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AAM을 선제 도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신수도 내 AAM 적용 계획을 수립하고 지상-항공 통합 모빌리티 개념을 검증하며, AAM을 시험 비행하는 등 AAM 생태계를 운영하는 실증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향후 글로벌 AAM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을 이끄는 동시에 스마트시티와 AAM 인프라의 연계 모델을 보여주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그동안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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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 네옴시티 더 라인 예상도. /사진=네옴 더 라인 홈페이지 캡처. |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직원들과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기존 자동차 포트폴리오와 함께 로봇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진행중에 있다. 이의 이환으로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UAM과 관련된 부서를 신설해 계획을 현실화 시키고 있다.
이런 정의선 회장이 그리는 미래를 현대차그룹이 전사적으로 수행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새로운 수주를 이어 현대차그룹은 로봇분야에서의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최고의 로보틱스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2022CES에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진행한 보도발표회를 통해 "로봇이 점점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다"며 "그리고 그들은 인류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상을 공유할 것이라는 게 그가 그리는 미래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완성차 업계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위해 노력중이다"며 "이런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역시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고, 새로운 결과물들이 보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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