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정유업계가 국가 탄소 중립 정책과 화석 연료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자 친환경 석유화학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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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사진=에쓰오일 제공 |
2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울산에서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70억 달러(한화 약 3898억 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수준의 정유·석화 '스팀 크래커'를 구축하게 된다. 전통 정유업에서 탈피해 석화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수익원도 늘려간다는 게 회사 측 복안이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의 산물인 나프타·부생 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 등 석화 기초 유분을 생산한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을 포함한 합성 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에틸렌도 공급한다.
에쓰오일은 스팀 크래커에 원유를 석화 물질로 바꾸는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기술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 건립 공사가 시작되는 스팀 크래커가 2026년 완공될 경우 에쓰오일의 석화 제품 연간 생산량은 최대 320만 톤에 달하고, 관련 사업 비중은 현재 12% 수준에서 25%로 2배 이상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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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 울산CLX/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카본 투 그린' 전략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CLX)는 2027년까지 약 5조 원을 투자해 넷 제로(Net Zero)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2030년까지 탄소 50% 감축, 2050년 넷제로 달성을 파이낸셜 스토리로 정하고, 생산 과정의 그린화와 생산 제품의 그린화를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가 투자할 분야는 크게 순환 경제 구축(1조7000억 원)과 설비 전환·증설을 통한 친환경 제품 확대(3조 원)다. 현실적으로는 에너지 공급원으로써 석유 제품을 대체할 제품이 없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설비를 변경하고, 그동안 생산해온 석화 제품을 재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순환 경제 구축 차원에서 '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폐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만드는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이 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CLX 내 21만5000㎡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 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탄소에서 그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 전환과 신·증설에도 투자한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처리 시설 신설·환경 경영 개선 마스터 플랜 수립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연료 수요 구조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데에 투자할 계획이다. 기후 변화로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 휘발유·경유 등 육상 수송용 연료 수요는 줄어들지만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SAF)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SK이노베이션 울산CLX는 석유 제품 관련 공정을 화학 제품으로 전환하고, SAF 생산 공정 신설 등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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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FC 전경./사진=GS칼텍스 제공 |
GS칼텍스는 지난 11일 전남 여수2공장 인근에 위치한 MFC 시설을 준공했다. 이 시설을 통해 GS칼텍스는 석화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돼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대폭으로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MFC 시설은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화 기업의 나프타 분해 시설(NCC)과는 달리 나프타를 포함,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LPG·석유 정제 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다. 기존 고도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석유 정제 가스를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동일 생산 능력을 가진 석화 시설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약 10% 줄일 수 있다.
MFC 시설을 보유하게 된 GS칼텍스는 연간 에틸렌 75만 톤·폴리에틸렌 50만 톤·프로필렌 41만 톤·혼합C4유분 24만 톤·열분해가솔린 41만 톤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GS칼텍스는 MFC 시설과 기존 생산 설비와의 연계 운영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타 석화사 대비 경쟁력 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신규 석화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해 비정유-정유 사업간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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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질유 기반 석화 설비(HPC, 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전경./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
중질유 기반 석화 설비(HPC, 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를 준공한 현대오일뱅크는 하고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다.
HPC 프로젝트는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3조 원 이상을 들인 초대형 석화 신사업이다. 충남 대산공장 내 66만㎡ 부지에 세워진 이 공장은 연간 에틸렌 85만 톤, 프로필렌 50만 톤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 라인을 세분화 함으로써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저밀도 폴리에틸렌(LDPE)·폴리프로필렌(PP) 에틸렌초산비닐(EVA)·부타디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탈 정유에 박차를 가하는 건 에너지 전환에 대응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들은 3~4년 전부터 배터리·석화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휘발유나 경유보다는 석화 분야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배터리·석화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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