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민주화 이후 군에서 장군이 강등되는 초유의 징계가 이뤄졌다.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 부실수사와 연루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원 스타'인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됐다.
26일 연합뉴스가 군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 실장을 강등하는 내용의 징계안을 지난 18일 의결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를 재가했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강등'은 해당 계급에서 한 계급 낮추는 것을 뜻한다. 이번 징계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처분인 까닭에 전 실장이 곧바로 대령으로 강등됐다.
장군 강등은 문민정부 이후 초유의 일이다. 지난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반군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된 바 있었으나, 당시 쿠데타 중이었던 만큼 이번과는 단순 비교하기엔 어렵다. 그보다 앞선 박정희 정부 시기에도 장군 강등이 있었다.
전 실장 측은 징계 처분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내 항고할 수 있다. 내달 전역 예정인 전 실장의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는 대령으로 전역할 전망이다. 전 실장은 임기제 장군으로, 법무실장 직에서 쫓겨나면, 준장으로 자동 전역하게 돼 그동안 군이 보직해임 등의 조처는 하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 실장은 공군 법무실장 보직을 그대로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징계 전에도 군검찰 업무나 징계 업무 등에서는 배제된 상태였다. 군은 전 실장이 실질적인 법무실장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조만간 하반기 인사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직을 그대로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 실장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가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당한 뒤 군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과정에서 부실 초동 수사의 책임자라는 의혹을 받았다. 군검찰은 이 중사가 사망한 뒤에도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군검찰이 뒤늦게 수사를 벌여 1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전 실장을 비롯한 법무실 지휘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부실 수사 비판 여론에 따라 출범한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은 지난 9월 전 실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8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사건 관련 보안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49) 씨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로 재판 중이다. 그가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특검팀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 실장의 수사 지휘에 잘못된 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재판과 별개로 징계를 추진해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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