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발 이후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례없는 ‘유동성 파티’가 열렸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약 1년 2개월 만에 2.50%포인트가 상승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게 됐다.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금리 인상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은 고금리 시대를 향해가는 현시점 금융과 산업,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정치권에서 필요한 역할에 대해 가늠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고환율·고물가에 화물연대 파업이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고금리도 경영환경을 악화하는 요소로 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신규 대출금리는 지난해 9월 2.86%에서 1년 만에 4.87%로 높아졌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도 지난 8월 5조8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달 4조4000억 원까지 급감했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에서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 이용을 늘리고, 은행들이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은행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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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규모별 금리 인상 대응책 유무 비율/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5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미달하는 등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해당 분기의 경기가 전분기 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았다는 의미로, 중견·중소기업의 전망치는 82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한 중소기업도 47.9%에 달했고, '대출기한 만료 등 자금조달 난항'을 리스크로 택한 중소기업 비율(14.2%)도 대기업(4.7%)·중견기업(6.4%)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앞서 국내 제조사 307곳을 대상으로 벌인 금리 인상 관련 실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자금사정 악화 뿐 아니라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 △영업실적 부진 △신규 사업 지연 △자산가치 하락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89.7%가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견기업 역시 67.9%가 같은 응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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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산업연구원(KIET)도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금리 1% 인상시 대기업의 대출금리는 0.57%, 중소기업은 0.64% 상승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가산금리(1.69%)도 대기업(1.17%)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섬유·금속가공·펄프 등의 분야는 한계기업도 많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이 이뤄져야지만, 급격한 긴축정책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을 낮추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를 줄일 수 있는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을 비롯한 이유로 올 상반기 생산비용 증가율이 8.7%에 육박하는 등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중"이라며 "임금 인상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는 만성적 인력난이 지속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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